[신나는 공부/교육계 CEO 초대석]㈜창의와탐구 임국진 대표이사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창의력 훈련? 문제집보다 개구리 해부에서 출발해야죠”

《과학은 어렵다. 수학은 머리가 지끈거린다.그런 과학과 수학이 일기와 만난다면?

또 삼계탕을 먹고 난 뒤 남은 뼈를 이용해 닭 모형을 만들어 본다면? 수학, 과학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듯 ㈜창의와탐구가 운영하는 수학·과학교육센터 ‘와이즈만 영재교육’(이하 와이즈만)은 학생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해 창의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토론, 팀 프로젝트, 실험을 통해 원리를 체득하는 과정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전국 114개 와이즈만 센터는 영재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로 붐빈다.

창의와탐구의 임국진 대표이사(사진).

그가 이런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수학강사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학생들에게 ‘감동’ 줄수 없다 생각
수학 과학을 흥미로운 도전대상 삼는 ‘와이즈만 센터’ 결실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나온 그는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에 전념했고, 30대 중반 생계를 위해 입시학원 수학강사가 됐다. 2년간 재수생들을 가르쳤다. 단순한 지식전달과 암기위주 교육으로는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도발’했다. 단순암기위주 학습을 어떻게 하면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는 쪽으로 전환할까 연구했다. 초등학생들이 수학, 과학을 흥미로운 ‘도전’의 대상으로 삼도록 초등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포커스를 맞췄다.

창의력과 사고력 향상을 목표로 수학·과학 학원을 세웠다. ‘살아있는 교육’이란 기치 아래 1993년 11월 문을 연 ‘어린이 과학교실’이 그것. 임 대표는 낮엔 강사로 활동하고 밤엔 교재 개발에 매달렸다. 문제집만 열심히 풀던 학생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개구리를 해부하게 했다. 전기 차단기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려고 학원이 세 들어 있던 건물의 전기를 합선시켜 건물 전체의 전기가 나가도록 하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

그는 게임과 퍼즐, 나무블록 같은 교구를 활용하는 수학교재, 만화로 호기심을 자극한 뒤 실험을 통해 탐구능력을 키우는 과학교재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흥미가 있어야 관심이 생기고, 학습 동기가 확실해야 스스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게 된다는 믿음에서다. 그리고 2001년, ‘와이즈만’이라는 결실을 이뤘다.

○ 임진왜란으로 과학을 배우다

7세∼중3을 대상으로 한 와이즈만 센터에서 학생들은 역사책에 나온 사건을 실험실에서 재연하며 개념과 원리를 깨친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를 진짜 실험을 통해 알아보는 식. 일본 수군과 조선 수군의 배 모형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직접 만들고 이 배들을 물에 띄운 뒤 배의 안정성과 회전속도 등을 관찰해 결과를 도출한다. 또 스티커로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고, 화학성분들을 일일이 실험해가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주기율표를 만든다. 교실은 웬만한 학교 과학실험실을 방불케 한다.

수학수업도 마찬가지. 토론으로 수학문제를 푼다. 친구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학생들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다듬고, 발표를 통해 논리적으로 정리·표현하는 훈련을 한다. 수업시간에 익힌 내용은 일기를 쓰며 정리한다.

임 대표는 “토론과정에서 나온 정보들을 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학생들은 수학적 사고력은 물론 정보조합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기른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만 교육프로그램의 우수성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와이즈만 출범 첫해에 전국 1000여 명이었던 회원 수는 이듬해 4000명, 2003년 8000명, 2004년 1만8000여 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회원들의 성과도 남달랐다. 지난해 전국 와이즈만 회원 중 4328명이 국가영재교육기관에 합격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엔 50명, 서울과학고엔 12명이 합격했다. 올해 과학영재학교엔 56명이 들어갔다.

임 대표는 “산업사회가 지고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한 것처럼 시대변화에 따라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면 학생들은 능동적인 학습자로 변한다”고 말했다.

○ 수학, 과학은 즐거운 ‘경험’

임 대표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엔 교육과 놀이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를 실현한다는 목표로 온라인 콘텐츠 및 교구 개발, 수학·과학캠프 등의 문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제7차 개정교육과정에 맞춰 최근 출시한 수학교재 ‘Math Power’(초등 1, 2학년)에도 ‘재미’와 ‘체험’이란 교육철학이 빠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손으로 교구를 만지며 수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 수학적으로 일기쓰기, 토론하기, 문제 만들어 보기 같은 활동을 통해 문제해결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이는 수학 교육과정의 핵심목표에도 접근했다.

임 대표는 “수학, 과학 실력은 아이들이 갖는 흥미와 자신감에 비례한다”면서 “어려운 참고서와 학습지 대신 재미있는 수학동화, 수학퍼즐로 수학이 ‘즐거운 학문’이라는 경험을 아이에게 선물해주라”고 조언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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