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희생자 유품 공개에 유족들 눈물바다

  • 입력 2009년 9월 8일 19시 36분


8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사무소 광장에서 임진강 수난사고 실종.사망자 가족들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유품을 건네받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사무소 광장에서 임진강 수난사고 실종.사망자 가족들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유품을 건네받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9시 임진강 야영객 사망·실종사고 수습대책본부가 세워진 경기 연천군 왕징면사무소 앞마당. 민관군 합동으로 이뤄진 이틀 동안의 수색작업에서 수거된 유품들이 가족들 앞에 놓여졌다. 자동차 열쇠, 노트북 가방, 배낭, 운동화, 낚시대, 가스버너, 밀짚모자 등 10여 점의 유품 앞에 모인 사망·실종자 가족들은 사랑받는 남편이자 아들, 형이었던 가족이 사용했던 일상용품이 며칠 만에 유품이 되어 돌아온 현실 앞에 목을 놓아 통곡했다. 면사무소 앞의 너른 앞마당도 가족들의 슬픔을 담기엔 너무 좁았다.

전날 수색작업에서 시신이 발견된 서강일 씨(40)의 아내 한지연 씨(40)는 남편의 노트북 가방을 보자마자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부터 쏟았다. "그 이가 사무실에 놓고 다니던 가방이 맞네, 맞아"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이 날 서 씨의 지갑이 들어 있는 가방도 함께 유족들에게 인도됐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이두현 씨(40)의 아내(36)는 남편이 메고 나갔던 주황색 배낭을 부여잡고 마치 그 배낭이 남편이라도 되는 양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배낭에서 포장이 뜯기지 않은 위장약을 꺼낸 그는 "속 쓰리다며 위장약을 챙기더니…"라며 말을 채 끝맺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배낭에서 갈아입으려고 남편이 집에서 가지고 나간 속옷이 나오자 그대로 얼굴을 묻고 통곡하는 모습에 사고수습본부 관계자를 비롯해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의 배낭과 옷에서는 흙탕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필사적으로 가족의 유품을 찾아도 눈에 익은 물건이 보이지 않자 허탈해 하는 모습도 보였다. 누가 주인인지 가늠할 수 없는 운동화를 번갈아가며 들었다 놓으면서 사고로 잃은 가족의 발 크기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가족들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실종자 백창현 씨(39) 아내 이경화 씨(38)는 "아무 것도 없어, 어떻게 아무 것도 없을 수가 있어"라고 되뇌이더니 "사람이 몇이나 죽었는데 이틀 동안 찾아낸 물품이 이것 밖에 없냐"며 한탄했다.

오후 2시경 수거된 유품이 추가 공개되자 서 씨의 아내 한 씨가 다시 한 번 통곡했다. 서 씨의 차량에서 찾은 물품들이 옮겨진 것. 남편의 이름이 적힌 자동차 양도 증명서 앞에서 한 씨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남편의 차량에서 꺼낸 운동복과 청바지를 한참동안 말없이 쓰다듬었다.

고양·연천=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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