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 팀아 놀아라. 촐래촐래 잘 논다. 다음, ‘곤’ 팀아 놀아라….”
문화강사 최현주 씨(34)의 민요 가락에 맞춰 4괘 이름을 딴 건, 곤, 감, 리 네 팀이 차례로 자신들이 만든 동작을 선보였다. 최 씨가 “‘곤’ 팀의 몇 분, 생각만큼 몸이 안 따라주고 계시네요”라고 말하자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팀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었다.
2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지하 강당. 20대 여성에서 50대 남성, 서울 사람에서 필리핀 출신 이주민까지 미래의 다문화 전문 강사를 꿈꾸는 20여 명이 모였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자녀 전문 강사’ 양성과정 수업 중이었다.
서류와 면접전형을 거쳐 선발된 28명의 최종 합격자는 11월 11일까지 매주 수요일에 6시간씩 수업을 듣는다. 과정을 수료한 이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입학한 일선 초·중등학교로 파견돼 다양한 문화와 공존하며 사는 법을 가르치게 된다.
○ “내가 받은 혜택 돌려주고 싶어”
전북 완주에서 올라온 유지성 씨(58)는 이번 과정 참가자 중 최고령이다. 유 씨는 1976년부터 2007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회사를 다니다 퇴임한 뒤 3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인구만 2억 명인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국적이 섞여 사는 세계 최대 다문화사회로, 나도 그 사회의 수혜자 중 하나였다”는 유 씨는 “귀농해서 농촌의 이주여성 자녀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받은 다문화의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과정은 1기 때보다 놀이 및 활동 수업을 보강했다. 이에 따라 2기생들은 오전에는 이론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문화활동 수업을 받는다. 1기 수료생들도 진흥원이 마련한 다문화 강사 양성 심화과정을 통해 놀이 및 활동 수업을 보강할 수 있다.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에서 일하며 초등학교 다문화 강사를 준비하고 있는 윤지은 씨(29)는 “실제 일선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강사로 근무하는 분들이 교사로 참가해 강의에 현장감이 묻어난다”고 수업의 장점을 꼽았다.
○ “놀이 통해 하나 되는 법 배워”
전남 광양에서 올라온 박현숙 씨(50)는 “광양에서 다문화가정 봉사활동을 5년 넘게 했지만 막상 초등학교에 초청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려니 막막했다”며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다문화는 무엇이다’ 하고 강의를 할 것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강사들은 이날 오후수업에서 자기소개법 외에도 강강술래, 꼬리잡기 등 한국 전통놀이와 혈액형별로 자신들의 부정적 긍정적 이미지를 몸으로 표현해보는 놀이를 배웠다. 참가자들은 놀이의 방법과 의미에 대한 문화강사 최 씨의 설명을 경청했다.
○ “한국에서 좋은 엄마 되고 싶어”
이번 과정에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도 관심을 보였다. 그 수가 합격생 28명 가운데 절반인 14명에 달할 정도다. 경기 남양주시의 다문화이주여성센터에서 한국어 기초반 강사를 맡고 있는 필리핀 출신 김지현 씨(35)는 “한국말이 서툰 나에게 이론 수업은 어렵고 놀이와 율동을 곁들인 수업은 이해하기도 쉽고 즐거웠다”며 “아이들도 나와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니 앞으로 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주의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도지선 씨(25)는 “2005년 결혼해 아이가 세 살인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외국인 어머니들이 한국말에 서툴거나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아이들의 질문 하나에 답변해주기도 버거울 때가 많다”며 “이번 수업을 통해 좋은 선생님도 되고 좋은 엄마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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