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혼혈 편견의 벽, 실력으로 넘어야죠”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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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혼혈선수 강수일(인천 유나이티드)이 홈구장인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혼혈에 대한 반짝 관심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천=양종구 기자
프로축구 K리그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혼혈선수 강수일(인천 유나이티드)이 홈구장인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혼혈에 대한 반짝 관심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천=양종구 기자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혼혈선수 강수일 씨 ‘제2의 워드’ 당찬 꿈

“할 말이 없습니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혼혈선수 강수일(22)은 다문화와 관련한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달랐다. 어렵게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한국 사회의 다문화는 문제가 많다고 했다.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혼혈 스타 하인스 워드(33·피츠버그 스틸러스)가 2006년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한국을 찾았을 때, 그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49)이 사상 첫 흑인 미국 수장에 올랐을 때 혼혈에 대한 반짝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피부색을 바라보는 편견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그는 “사회가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이 싫었다”며 “피부 색깔과 상관없이 모두가 똑같은 인간인데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 경기 동두천시에서 얼굴도 모르는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싸움을 하다 이를 말리던 한 선생님의 권유로 축구를 알게 됐다. 주먹질을 즐기던 소년은 축구에 빠져들었다. 한 살도 되기 전에 미국으로 떠난 아버지는 잊었다. 홀로 공장,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아들을 키운 어머니를 위해 ‘축구로 성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돈을 많이 벌어 혼혈이라는 이유로 상처 받는 아이들을 돕고도 싶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강수일은 동두천정보산업고 3학년 때인 2006년 4월 NFL 슈퍼볼 MVP였던 워드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워드는 그에게 “목표를 높이 잡고 기도해라. 어머니를 생각하며 열심히 뛰어라”고 조언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성공한 워드의 한마디는 지침이 됐다.

그는 어렵게 들어간 상지대를 포기하고 2006년 프로축구 인천의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프로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생각했다. 2군에서 뛰고 또 뛰었다. 그 결과 지난해 2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그리고 올해 당당히 1군에 올라와 팀의 주력 공격수로 뛰고 있다. 연봉도 2배 이상 올랐다.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다문화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시각이 바뀌어야 혼혈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거라고 그는 믿고 있다. ‘제2의 워드’를 꿈꾸는 강수일은 실력으로 편견의 벽을 넘기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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