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대구 수성구청 앞 인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 소속 공무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해외연수를 다녀온 수성구 A 국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A 국장은 지난달 26일부터 10일간 대구시가 실시한 ‘자전거 선진도시 해외견학’을 위해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은 “A 국장은 연수 경비를 모두 반납하고 즉시 사퇴하라”고 외친 뒤 “그를 감싸는 수성구청장도 공식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국장은 설을 앞둔 올해 초 자신의 책상 서랍에 12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등을 넣어둔 게 행정안전부 암행감찰반에 적발돼 4월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전공노 측이 이번 해외연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공노 측은 A 국장이 정직 기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도 실무자급이 참여한 해외연수에 버젓이 참여했다고 꼬집었다.
대구의 다른 구군은 이번 연수에 실무자급 직원을 보냈지만 수성구는 A 국장 등 간부 2명을 보냈다. 전공노 관계자는 “선진사례 견학을 위한 해외연수는 통상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실무자급을 보낸다”며 “수성구가 비리가 적발돼 인사조치 대상으로 꼽혀온 A 국장을 굳이 감싸고도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성구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와 유명 학원이 몰려 있어 ‘대구의 강남’으로 불린다. 또 재정자립도가 지역 8개 구군 가운데 가장 높은 데다 직원 복지 등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근무 여건이 좋은 반면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수성구의회 모 의원이 정례회에서 수성구 공무원 조직을 ‘비리공화국’이라고 표현한 뒤 공무원 노조의 항의를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수성구의 한 공무원은 “이번 일이 알려진 뒤 구청을 방문하는 주민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며 “묵묵히 일하는 상당수 직원의 사기를 살리고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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