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양천구의회에서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제185회 양천구의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시작 1시간 만에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것입니다. 추재엽 양천구청장은 방청석에 앉은 구민들을 향해 “구민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을 감정싸움으로 인식하고 의회를 파행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의회 관계자들이 이를 막으려고 급히 달려 나와 마이크와 에어컨 전원을 끄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구청장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의원들과 구청장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양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8일 양천구가 신청한 추가경정예산 128억 원 가운데 9억7100여만 원을 삭감한 안을 이날 본회의에 상정했습니다. 삭감된 안에는 ‘목동아파트 단지 재정비 아이디어 공모전’과 ‘단독주택지 광역개발 조사 용역’ 등에 필요한 예산이 제외됐습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1985년 지어져 노후화된 목동 아파트단지와 일반 주택지에 대한 재개발 사업이 모두 좌초될 위기”라며 “구청장이 무소속이다 보니 구의원들은 무조건 반대만 하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오늘(9일) 회의에서도 구청장에게 서면 답변만 요구하더니 일방적으로 정회를 선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구의회 입장은 다릅니다. 이성국 구의회 의장은 “이미 본예산에 잡혀 있는 사업이거나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선심성 정책이라 의원들이 협의해 삭감한 것”이라며 “구청장은 방청석에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방해했고, 구정 질문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답변을 준비해와 회의를 지연시키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장은 “회의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서면 답변을 요구했지만 구청장이 이를 거부하고 말을 계속 늘어놔 부득이하게 정회를 선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의를 지연시키고, 이를 막기 위해서 마이크를 뺏고 에어컨을 끈다고 해서 파행을 거듭하는 구의회를 지켜보는 구민들의 ‘눈’과 ‘귀’까지 가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제대로 된 검증도, 신속한 승인도 받지 못한 추가경정예산안은 결국 이날 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구민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습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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