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종 하나 개발에 몇년간 수천억 투입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기술 갖춘 곳에 2차유출땐 더 큰 피해

7월 현대차 기술유출 적발
쌍용차는 ‘中 기술먹튀’ 논란

자동차업계에서 기술 유출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 GM대우자동차의 ‘라세티’ 사건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올해 7월에도 현대자동차의 엔진 관련 기술을 국내 다른 회사에 유출한 현직 연구원이 구속된 바 있다. 쌍용자동차에서도 상하이자동차가 경영 철수를 선언한 직후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 피해 규모 정확히 파악 어려워

자동차 기술 유출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신차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GM대우차가 이달 출시한 경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개발 기간이 27개월, 개발비는 2950억 원이었다. 현대차가 지난달 출시한 ‘투싼 ix’는 3년여의 연구개발 기간에 모두 2800억 원이 투입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도면을 몇백 장 가지고 나갔다고 해서 아무 업체나 그걸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핵심 기술 관련 도면을 입수한다고 해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으면 직접 생산으로 연결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GM대우차에서 유출된 기술의 가치도 단순히 도면의 수나 컴퓨터 파일의 용량으로는 가늠할 수 없으며 정확히 어떤 기술이 빼돌려졌는지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피해 규모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황 씨 등이 빼돌린 기술이 라세티에만 한정된 것인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조직적으로 기술을 빼돌리면서 구형 모델만 대상으로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타가즈코리아의 기술력이 GM대우차의 도면을 당장 이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해도 이 도면이 기술력이 있는 중국 등의 다른 업체로 2차 유출됐다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 GM대우차 보안 관리도 ‘허술’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GM대우차의 허술한 보안 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GM대우차는 퇴직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보안서약서를 받고 연구 직원이 회사를 그만둘 때에는 일정 기간 동종업계 이직을 금지하는 등의 내부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에 도면이 유출된 라세티는 2002년 선보인 비교적 오래된 모델이다. 옛 대우자동차가 ‘누비라’를 바탕으로 개발하다 제너럴모터스(GM)가 회사를 인수한 뒤 출시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단종됐으며 지난해 1∼10월 내수 총 판매량은 6689대다. GM대우차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이 총 12만여 대인 것을 감안하면 판매 비중은 미미했다.

국내 판매는 중단했지만 현재도 전북 군산공장에서 생산해 동유럽과 인도 등에 GM의 시보레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개발된 지 7년이 넘은 모델이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보다 구식인 차량들도 판매되고 있어 어느 정도 현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라세티 프리미어’는 GM유럽이 주도해 만든 신차로 라세티와는 전혀 다른 모델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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