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인천과 경기지역 4개 기초자치단체가 행정구역 통합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서로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속해 있는 지자체가 통합을 추진하기 때문. 9일 인천시에 따르면 계양구와 서구, 강화군, 경기 김포시 단체장이 3일 만나 2014년까지 인구 170만 명 규모의 광역통합도시를 만들어 가자는 데 합의했다. 이들 지자체는 앞으로 시민과 기초의회, 국회의원 등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통합계획을 만들기로 했다.
○ 왜 합치나
이들 지자체는 과거 같은 행정구역이었으며 역사, 지리적으로 동질성이 있어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계양구는 1989년 당시 김포군 계양면에서, 서구는 1995년 김포군 검단면에서 각각 인천으로 편입됐다는 것. 또 서구와 강화군은 국회의원 선거를 합쳐서 치르는 등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이들 지자체는 통합에 따른 정부의 인센티브를 기대하고 있다. 재정지원 확대는 물론이고 공통적인 희망사항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해 현안 사업을 추진하는 데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과 의회가 통합에 찬성하면 행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 통합 절차는
이들 지자체가 주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에 따라 시의회의 승인을 거쳐 정부에 통합 건의서를 내면 다시 정부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찬반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조사 결과 해당 지자체에서 모두 각각 50% 이상 찬성 결과가 나와야 이후 통합 절차가 진행된다. 찬성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면 정부는 그 결과를 단체장에게 보낸 뒤 의견을 물어 지방의회 의결이나 주민투표 중 어떤 방식으로 통합을 결정할지 최종 판단하게 된다. 지방의회 의결 또는 주민투표로 통합이 확정되면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청 소재지와 명칭 등을 결정하게 된다. 통합자치단체 출범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이 별도로 제정될 예정이다.
○ 통합 가능할까
인천시는 우선 이들 지자체의 통합이 불가능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천지역이 남북으로 두 동강 난 꼴이 되기 때문. 통합이 이뤄지면 전체 면적(1010.4km²)의 절반을 넘는 594km²가 떨어져 나가고 인구(270만여 명)는 30%가량인 80만 명이 줄게 된다. 이들 지자체가 통합에 합의한 뒤 정부에 건의서를 내더라도 소속 광역지자체인 인천시와 경기도가 반대할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광역지자체와 협의과정도 없이 섣부르게 통합추진 의사를 밝혀 주민들에게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에 주도적인 한 단체장은 “30일까지 정부에 통합을 신청하는 건의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단체장은 “점심 모임에서 주민 의견을 들어본 뒤 문제가 없으면 통합 여부를 결정하자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뿐”이라고 설명해 엇갈린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김포시가 인천에 통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광역자치단체 경계를 넘는 지자체 간 통합은 쉽지 않다”며 “통합 지자체의 명칭과 시청 소재지를 결정하는 데 주민 합의를 도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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