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심판의 도마에 오른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공개변론이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은 임모 씨가 “형법 304조의 혼인빙자간음죄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성적(性的)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한 것이다.
임 씨 측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황병일 변호사는 “남녀를 불문하고 사랑할 사람을 정하고 어떻게 애정을 표현할 것인가 결정하는 문제는 개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며 “혼인빙자간음죄는 그 같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혼전성교에 대해 진실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하다”며 “형법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헌재가 이해관계인으로서 의견 제시를 요구한 법무부와 여성부는 엇갈린 견해를 내놨다. 법무부 관계자는 “혼인빙자간음죄 처벌조항이 다소 가부장적으로 보일지라도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여성이 속아서 성적자기결정권을 잘못 행사했다면 사기죄와 마찬가지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부는 서면의견서를 통해 “혼인빙자간음죄가 피해자를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부녀를 미성년자나 심신장애인처럼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존재로 비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남녀평등에 반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임 씨는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동료에게 “부모님에게 소개하고 결혼상대라고 이야기하겠다”고 속여 성관계를 가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인 지난해 6월 헌법소원을 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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