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이제는 강간죄의 피해자?’
한국형사법학회와 한국형사정책학회가 참여한 형사법개정연구회는 10일 배포한 ‘형법 개정의 쟁점과 검토’ 자료를 통해 강간죄의 피해자 범위에 남성을 포함시키고 ‘성적강요죄’를 신설하는 등의 형법 개정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회는 11일 학술회의를 열어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회는 현행 형법에서 강간죄가 여성을 강간한 때만 성립한다고 규정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婦女)를 강간한 자’라는 강간죄 구성요건을 ‘사람을 강간한 자’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동안 남성 피해자에게는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고 강제추행죄가 적용됐다.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해 다른 사람의 추행이나 성관계를 받아들이게 하는 행위는 기존의 강요죄보다 무겁게 처벌하기 위해 ‘성적강요죄’를 신설할 것도 제안했다. 또 강간과 추행은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이지만, 이를 비(非)친고죄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한 국가형벌권을 피해자의 의사에 좌우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대법 “성전환자 성폭행도 강간죄”▼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0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트랜스젠더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A 씨(29)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호적상 남자인 트랜스젠더를 성폭행했더라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1996년 유사사건에서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과 내외부 성기의 구조가 다르며 여성으로서 생식능력이 없는 만큼 트랜스젠더 피해자를 형법상 ‘부녀’로 볼 수 없다”고 한 판례와는 다른 것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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