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은 그야말로 ‘번개’ 같았다. 보안업체에 가입된 상점이라 해도 절단기, 드라이버 등의 공구를 이용해 순식간에 문을 열고 들어가 금고 안에 든 현금과 카메라 등 고가의 물건을 쓸어왔다. 보안업체 요원들이 비상 신호가 울리고 통상 3분 뒤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모든 범행을 30초에서 1분 안에 끝냈다. 이렇게 3년여간 113회에 걸쳐 빼돌린 금품이 1억 원어치에 달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인적이 드문 새벽 서울시내 유흥가를 돌며 보안업체 요원들이 들이닥치기 전 재빠르게 상가를 턴 이른바 ‘번개털이’ 전문 절도범 송모 씨(34)를 특수절도 혐의로 10일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중학생 때 특수절도 전과가 있던 송 씨는 주방 보조일을 하며 10년 가까이 건실한 생활을 이어왔지만 2006년 6월 손이 골절돼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다시 절도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예전에 신문배달을 해 지리가 훤한 마포구 홍익대, 신촌 일대 유흥가 상가 중에서도 카운터가 어디 있는지 뻔하고 장사가 잘되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을 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하루에 두세 군데를 털거나 한번 턴 곳을 몇 달 뒤 다시 들어가는 등의 대범함도 보였다. 홍익대 근처 한 상가 골목엔 그에게 털리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였다. 100m를 11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날렵한 송 씨는 범행 뒤 천천히 걸어나와 택시를 타고 도주하는 등의 여유도 부렸다.
하지만 ‘번개털이범’ 송 씨는 폐쇄회로(CC)TV에 모습이 찍혀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범인이 사전조사를 해 망치, 배척(속칭 빠루) 등 장소에 맞는 공구를 사용했는데 한 지역을 정하면 상가 일대를 싹쓸이했다”며 “훔친 금품은 남대문시장에서 처분해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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