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충남 보령시에서 발생한 ‘한 마을 주민 집단 독극물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됐다. 충남 보령경찰서는 10일 청산염(일명 청산가리)을 이용해 부인과 이웃 주민 등 3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보령시 청소면에 사는 이모 씨(71)를 구속했다.
경찰은 이 씨가 자신의 불륜으로 가정불화를 겪자 부인 정모 씨(71)와 이를 알고 만류하던 이웃 주민 강모 씨(81) 부부 등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4월 29일 오후 8시 반경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박람회를 다녀온 부인에게 청산염 캡슐을 탄 피로회복제를 먹여 숨지게 했다. 또 강 씨 집 대문 앞에 ‘나물 캐러 왔다가 안 계셔서 돌아가며 피로회복제 두어 개 놓고 가오. 다음에 들르겠소’라는 메모와 청산염을 탄 피로회복제를 놓고 아무런 의심 없이 마시도록 했다.
강 씨 부부는 다음 날 아침 오전 11시 40분경 밭으로 나가기 전 피로회복제와 메모지를 발견하고 이를 마셨다가 집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서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범행 후 119에 “아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다 갑자기 쓰러졌다”고 신고했다. 경찰에서는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가 자신의 불륜으로 가정불화를 겪자 부인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충고하는 주민에게까지 원한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 씨가 1년 전 서울에 거주할 당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꿩을 잡으려 하니 청산가리를 구해 달라’고 부탁해 이를 보관하고 있었다”며 “숨진 강 씨 집에서 발견된 메모지 필적과 이 씨 필적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 씨가 범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범행 경위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보령=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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