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운영 탐라목석원 접고
돌문화공원 디자인 구슬땀
제주시 아라동 탐라목석원. 그동안 전시된 고목과 자연석을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9일 오후 목석원에서 자연석을 트럭에 싣느라 한참 씨름하고 있는 백운철 씨(65·사진)를 만났다. 제주 곳곳을 수십 년 동안 누비며 모았던 돌과 고목은 모두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제주시 조천읍 제주돌문화공원(2006년 6월 부분 개장)으로 옮겨진다.
1971년 개원한 목석원은 관람객 감소로 39년 만인 지난달 말 문을 닫았다. 1만6500m²(약 4990평)의 면적에 한때는 연 관람객이 130만 명에 이른 유명 관광지로 2001년 프랑스 문화재관리국 ‘세계적인 현대정원’으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 명성을 얻기도 했다.
백 씨는 제주도기념물 제25호인 조록나무 형상목 20여 점을 비롯해 목석원 전시 및 소장품 등 6000여 점을 제주돌문화공원에 무상 기증했다. 그는 돌문화공원의 총괄기획을 맡고 있다. 2000년에는 돌문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평생 모은 자연석과 민속자료 1만4400여 점을 무상으로 넘겼다. 기증품 가격은 환산하기 어렵다. “팔아서 편하게 살지, 미친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목석원도 제주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더 큰 프로젝트인 돌문화공원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곳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목석원 전시품 등은 돌문화공원에 주제별로 재배치할 예정입니다.”
수익은 따로 없지만 ‘제주다운 제주’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은 간절하다. 새마을운동 등으로 제주의 전통적인 마을이 사라졌고 관광지마다 국적불명의 시설물이 들어선 것이 무척 아쉽다. 국가지정 문화재인 ‘성읍민속마을’은 원형을 잃었다.
“2020년을 목표로 조성 중인 돌문화공원이 수수료가 없다는 이유로 관광업계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제주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공원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공원 마지막 사업인 ‘설문대할망전시관’ 건립에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돌문화공원은 전체 설계도가 없이 백 씨의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다. 백 씨는 96만9700여 m²(약 29만3000평)에 이르는 돌문화공원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일생일대의 ‘명작’을 만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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