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한국’ 종이사용 더 늘었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7년새 인쇄지소비 30% 증가
“정보 느는 만큼 출력 많아져”

‘종이 없는 사회’로 상징되는 디지털시대라고 하지만 국내 종이 사용량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뜻한 감성에 대한 그리움, 즉 아날로그적 추억이 상품 가치를 높이는 ‘디지로그(Digilog·디지털+아날로그)’ 시대가 열리면서 아날로그의 대표적 물건인 종이가 디지털을 보완하며 수요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컴퓨터의 등장을 ‘서류 없는 사무실’ 시대의 개막이라고 표현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도 1999년 발표한 저서 ‘생각의 속도’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종이 없는 사무실’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류가 앞으로는 종이 대신 e메일 등 디지털 문서로 정보를 교환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1일 한국제지공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인쇄용지 소비량은 2001년 163만 t에서 지난해 224만 t으로 7년 새 30.8% 증가했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각 개인이 만들어 내는 정보의 양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이를 출력하려는 수요도 함께 늘면서 인쇄용지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인쇄용지 외에 포장지, 판지 등 대부분의 종이도 국민소득에 비례해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였던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1인당 연간 종이사용량은 140kg 안팎에 그쳤으나 2만 달러를 넘어선 2007년에는 185kg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의 1인당 종이소비량은 2007년 기준으로 미국 288kg, 독일 256kg, 이탈리아 205kg 등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의 1인당 종이사용량은 국민소득 2만5000달러 당시 200kg에서 3만5000달러에 이르렀을 때는 256kg으로 늘어났다”며 “한국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종이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득수준 증대와 함께 비닐 대신 친환경 종이 포장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종이가 지닌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은 “한순간 기술의 포로가 됐다가도 다시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며 “종이와 연필은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로 바뀌지 않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소비재”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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