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 용산구 용산5가동 주상복합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철거민 대신 공사방해 시위를 벌이고 재건축조합에서 5710만 원을 받아낸 혐의(집단·흉기 등 공갈)로 기소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간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올 1월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사건 당시 전철연이 ‘대리투쟁’을 하고 돈을 받는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법원에서 그 사실이 인정돼 유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기정)는 11일 전철연 조직강화특위위원 정모 씨(52·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전철연 총무국장 장모 씨(44·여)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철연 중앙회의에서 합의금 액수를 논의한 점, 합의하는 경우 통상 금전 보상도 함께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철연 회원들이 벌인 집단 불법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에서 금전 보상이 제외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철연 회원들의 위세 위력과 피해자 조합의 금품 제공 간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올 5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용산5가동 재건축 공사를 방해하던 철거민 이모 씨가 구속된 뒤 남경남 전철연 의장(수배중) 등 전철연 중앙회 간부들의 주도로 재건축조합을 압박해 돈을 받아낸 혐의로 정 씨와 장 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씨가 구치소로 접견하러 온 정 씨 등에게 “1억 원 이상 받아내 달라” “중앙에서 알아서 해 달라”고 부탁했으며, 정 씨 등은 전철연 회원을 모아 60∼80명 단위의 4개조를 편성해 돌아가며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벌인 것으로 파악했다. 재건축조합에서 받아낸 5710만 원 가운데 정 씨는 500만 원, 장 씨는 300여만 원을 배분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순천향대 장례식장서 철수
한편 용산 철거민 참사사건 이후 순천향대병원에서 농성을 벌여온 남경남 전철련 의장 등 수배자 3명이 7일 경찰의 감시 소홀을 틈타 명동성당으로 거처를 옮긴 데 이어 유족 등 20여 명도 9일 장례식장을 완전히 떠났다. 장례식장 사용료 5억여 원을 내지 않아 사망자 시신은 냉동고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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