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의 고향이 영국이라 그런가, 프랑스는 악수보다 볼 키스를 선호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만나고 헤어질 때 양 볼을 번갈아 부딪치며 ‘쪽’ 하고 입 맞추는 소리를 내는 이 인사법을 ‘비즈(bise)’라고 한다. 친한 사이뿐 아니라 친구들끼리 처음 소개받는 자리에서도 비즈를 한다. 비즈 문화 때문에 아시아인들이 프랑스인을 소개받을 때 기겁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늙수그레한 남자들끼리 ‘쪽쪽’거리며 비즈를 하는 모습은 코믹하게, 때론 엽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스킨십을 이용한 대표적 인사인 악수와 볼 키스가 이들 나라에서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이다. 프랑스 대기업인 악사는 비즈를 공식적으로 금지했고 일부 학교와 유치원에서도 알림장을 통해 아이들이 비즈를 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즈보다 악수가 더 문제라고 한다. 가정위생에 관한 국제과학포럼(ISFHH) 의장인 샐리 블룸필드 런던위생대 교수는 ‘악수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볼 키스로 인사를 하는 사람들보다 독감이나 기생충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손 씻기’ 수칙에 따르면 화장실에 갔을 때는 물론이고 돈을 만지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을 때도 손을 씻어야 한다. 악수가 위험한 것은 상대방이 악수 직전에 무슨 행동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종 플루가 오랜 관행의 하나를 바꿔놓고 있다. 절대 근절되지 않을 것 같던 ‘술잔 돌리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신종 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악수 대신에 멀찍이 서서 고개를 돌리는 새로운 인사법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당신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의사가 없다’는 표시로 말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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