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세화동에 자리한 송학초등학교. 광주에 속해 있지만 번화가에서 30여 km 떨어져 있고 전교생은 67명에 불과한 도심 속 미니학교다. 여느 농촌 학교처럼 주변은 모두 논밭이고 학교 앞을 지나는 버스도 1시간에 2대뿐이다. 1927년에 개교해 학생수가 많을 때는 2000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시골학교나 다름없는 이 학교는 빼어난 과학 실력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제55회 전국과학전람회에 출전해 물리, 화학, 환경 부문에서 특상 2개와 장려상을 받았다. 전국과학전람회는 국내 최고 권위의 과학경시대회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이에 앞서 2월에는 과학동아리 ‘카오스’가 ‘나뭇잎에 글자를 새겨라’라는 연구과제로 제8회 전국과학탐구발표대회에 나가 전국 예선을 거쳐 올라 온 220여 개 팀과 겨뤄 초등부 대상을 받았다.
이런 성과는 결손가정 아이들이 많고 열악한 교육 여건에서 이룬 것이어서 수상의 의미는 컸다. 이 학교는 재학생 10여 명을 제외한 학생들이 부모의 이혼, 별거 등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라거나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의 가슴에 희망의 싹을 틔워준 이들은 9명의 교사들이었다. 도시 아이들처럼 방과 후에 학원 수업을 받거나 PC방에 갈 형편이 못 돼 교사들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탐구심을 키우도록 배려했다. 수업이 끝나면 들판에 나가 같이 잠자리를 잡고 학교 텃밭에서 배추와 무 등을 심고 가꿨다. 아이들과 함께 전국과학전람회에 출전해 교원 특상을 받은 최춘호 교사(35)는 “학교 주변에 놀 만한 것이 없다 보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풀과 나무, 곤충과 친해졌다”며 “그러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과학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과학캠프를 열었다. 아이들은 1박 2일간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별자리를 관찰하고 과학 마술쇼를 관람했다.
강효중 군(13·6학년)은 “봄에 선생님과 함께 논두렁에서 쑥을 캐 떡을 만들어 먹고 두부도 직접 만들어봤다”며 “책에 나오지 않는 것을 직접 해보니까 재미있고 과학이론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침체됐던 학교 분위기는 ‘과학영재 학교’로 이름이 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10여 km 떨어진 아파트단지의 아이들과 깨끗한 생태 환경 때문에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까지 전학을 오는 학교로 변했다. 장석권 교장(61)은 “탐구력을 키울 수 있는 자연환경과 교사 및 학생들의 열정이 작은 학교에 희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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