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다문화, 해외서 배운다]<1>선진국들의 이민 정책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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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라크 폴란드와 소말리아에서 온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지난달 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메드샥스 학교에서 스웨덴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교에는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온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스톡홀름=유덕영 기자
이란 이라크 폴란드와 소말리아에서 온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지난달 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메드샥스 학교에서 스웨덴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교에는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온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스톡홀름=유덕영 기자
獨 “이민자들 자녀도 인재로” 특별교육

덴마크, 통합프로그램 만들어 언어-직업 무료교육
아일랜드선 자녀 학습효과 높이려 부모도 가르쳐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2005∼2010년 세계 인구의 연평균 성장률은 1.18%이고 선진국은 0.34%인 데 비해 한국은 0.30%에 불과하다. 통계청 예측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현재 4875만 명에서 2050년엔 4234만 명으로 지금보다 641만 명(13.2%) 줄어든다. 반면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돼 65세 이상 구성비는 2010년 11.0%에서 2050년 38.2%로 높아진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겪은 유럽 국가들은 어두운 미래를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로 ‘다문화 사회’를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현상을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다문화 사회를 키워나가면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 다문화는 선택 아닌 필수

덴마크는 1950년대부터 이민을 받아들여 1990년 이후 그 폭을 더욱 늘리고 있다. 1990년대 전체 인구의 4%였던 이민자 비율은 2007년 6.9%까지 높아졌다. 수도 코펜하겐의 경우 이민자 비율은 약 15%나 된다.

덴마크 난민·이민·통합부의 헨리크 쿠스고 통합실장은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덴마크에서 이민자들이 없다면 경제가 붕괴될 것”이라며 “이민자 자녀들의 교육 수준이 낮고 범죄율이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해 부작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1980년까지 이민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통합정책을 취하지 않았지만 이후 이민자들이 점차 늘어나자 2002년 체계적인 통합프로그램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3년간 무료로 언어, 직업 교육을 시켜준다.

1962년 영연방 이민법을 제정해 이민자를 받고 있는 영국은 적극적인 동화정책보다는 이민자의 고유 전통을 인정하는 다문화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이민자들을 교육시키기보다는 각종 이민자 단체와 백인 주류사회 간 교류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문화를 주로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러니미드 트러스트’의 롭 버클리 박사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 캠프를 열거나 박물관에서 소수민족의 패션과 디자인이 영국 사회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월 말 ‘2009 세계 이민 보고서’에서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노동력 공급을 위해서는 이민 규제를 완화하고 불법 체류자를 합법 노동자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고급 인력 유치에 나선 선진국

일본 도요타(豊田) 시에 있는 대규모 주거지 호미(保見)단지에는 일본계 브라질인 8000여 명이 살고 있다. 1990년에 주로 입국한 이들 중 3500여 명은 경기침체로 최근 대량 해고됐다. 실업자들이 늘면서 각종 범죄가 증가하자 일본 내에서는 단순 노동자보다는 고급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보다 이민 정책을 먼저 시작한 유럽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과거엔 망명과 단순 노동자들의 유입이 많았지만 최근엔 자국이 필요로 하는 인재에 대해선 이민 문턱을 낮춰가면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스웨덴은 최근 숙련 노동자 유입에 초점을 맞춘 이민 정책으로 방향을 바꿨다. 과거엔 소말리아, 이라크, 이란 등 정치 망명으로 인한 이민자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자국에서 필요한 고급 인력 유입에 더욱 신경을 쓸 계획이다. 스웨덴 기업에 채용되면 입국 수속 기간을 줄여주고, 우수 인력을 해외에서 영입하는 고용주에겐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덴마크는 의사, 엔지니어, 치과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 덴마크에서 필요한 직업군의 사람이 이민을 원할 경우 영주제도 점수제와 상관없이 이민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펼친 결과 인도 미국 중국에서 우수 인재가 많이 유입되고 있다.

이민 2세를 위한 교육을 강화해 자국에서 필요한 인재로 키우려는 국가도 많다. 독일은 18세 미만 이민자 2세의 교육을 강조한다. 베를린 주정부의 게르머스 하우젠 이민자 통합문제 담당관은 “이민 1세대 부모들은 고학력자보다는 주로 저학력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2세는 교육을 충분히 받도록 노력한다”며 “이민 2세대들을 위한 언어 교육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역시 언어가 서툰 이민자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언어는 물론이고 아일랜드의 문화와 풍습 등도 가르친다. 자녀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모 교육을 하기도 한다.

○ 한국도 이민 정책 고려할 시기

OECD가 최근 소속 30개국의 2005년 20∼24세 인구를 100으로 놓고 20년 뒤인 2025년 20∼24세 인구(이민 제외)를 예측한 결과 한국은 2025년 65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국가 30개국 가운데 폴란드(54), 슬로바키아(57)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감소폭. 20∼24세의 인구 감소는 경제와 노동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출산율 감소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화되자 이제 한국도 노동력 감소 문제를 일부 이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미국 시카고대 교수도 고령화 사회로 가는 한국이 출산율을 급격히 높일 수 없다면 이민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신수정 기자crystal@donga.com

베를린·런던=김현지 기자nuk@donga.com

코펜하겐·스톡홀름=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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