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현역 입영대상자들의 신체검사 등급 조작을 도와 온 병역브로커가 잡혔다. 가수 김모 씨 등 30여 명이 이런 방법으로 현역입영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입영대상자들을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빠지게 해준 혐의(병역법 위반)로 병역브로커 윤모 씨(31)를 체포하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윤 씨의 사무실과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 4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병역브로커 윤 씨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신원이 확실한 이들을 위주로 의뢰인을 모집했다. 신체등급 조작에는 발작성 심부전증 환자를 동원했다. 의뢰인들에게 발작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떼어주는 대신 한 사람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수고비를 받아냈다.
의뢰인의 이름으로 진단서를 발급받는 수법은 간단했다. 사전에 미리 계약한 발작성 심부전증 환자가 실제로 발작을 일으켰을 경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자신의 의료보험증이 아닌 신체검사 대상자의 의료보험증을 내면 신분이 감쪽같이 바뀌었던 것. 늦은 시간 병원 응급실에서는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렇게 심부전증 환자를 통해 발급받은 병사용 진단서를 병무청에 내면 공익요원 판정이나 검사 연기 판정이 나왔다. 발작성 심부전증은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므로 병무청도 병원 진단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씨는 2006년 1월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심부전증 환자의 진단서를 의뢰인의 서류로 꾸며 30여 명에게서 모두 3700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윤 씨가 공익요원 판정을 받은 카레이서 1명으로부터 710만 원을 받았고, 계약을 맺어 진단서를 받아내는 데 협조한 심부전증 환자도 시 공익요원 판정을 받은 3명에게 3000여만 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는 한편 윤 씨를 통해 병역 면제나 공익 판정을 받은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의 아들이나 연예인 등이 더 포함돼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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