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궤도’위의 코레일노조

  • 입력 2009년 9월 17일 02시 53분


노조전임 60명… “전철공짜 계속”… 해고자 50명 年구호비가 27억
■ 투쟁채권 발행 무리수 안팎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의 연간 조합비(조합원 약 2만4000명)는 110억여 원(기본급의 2% 공제)이다. 7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탈퇴한 KT노조(조합원 약 2만9000명)의 조합비가 연간 70억여 원(기본급의 0.6% 공제)인 것과 비교할 때 국내 사업장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 조합비의 대부분은 손해배상 비용, 해고자 구호비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노조로서는 총파업을 포함해 하반기 총력투쟁을 앞두고 파업 등 투쟁비용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 손해배상 비용만 77억여 원

현재 철도공사가 파업 및 쟁의행위로 인해 노조·개인을 상대로 진행 중이거나 종료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모두 7건. 1, 2심 판결에 따른 배상 금액만 총 77억여 원에 이른다. 연간 조합비 110억여 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 이와 별개로 24건의 형사고소 사건이 진행 중이다.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 중인 2006년 3월 파업의 경우 1심 법원은 노조 측이 51억7000여만 원을 사측에 배상하도록 했으나, 2심에서 18억1000여만 원이 추가됐다. 사측이 2007년 5월 전 새마을호 승무원 외주위탁 철회 투쟁 관련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2심에서 노조 측에 1억87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한 뒤 종결됐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더라도 투쟁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손해배상비용은 노조가 대신 낸다.

구멍 난 조합비를 메우기 위해 최근 노조가 발행한 채권은 명목만 채권일 뿐 사실상 투쟁기금 갹출 성격이 더 크다. 증서나 이자도 없고, 상환기간은 노조가 정하는 때로 돼 있다. 단, 늦어도 2011년 12월까지는 이자 없이 원금만 상환하기로 했다. 철도공사의 조합원 B 씨는 “결국 조합비가 모자라니까 손해배상비용을 조합원들에게 갹출한 것 아니냐”며 “마땅하지는 않지만 한 직장 안에서 뭐라 말하기도 어려워 채권을 샀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2007년에도 투쟁 기금 모금 등의 이유로 5만 원짜리 채권(2년 기한·총 9억5000여만 원 모금)을 발행했으며 이는 이번 채권 발행 직전인 6월에 상환했다.

○ 해고자 월급으로 27억 원 써

조합비가 모자라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과거 불법파업 등으로 해고된 직원의 월급으로 수십억 원이 들기 때문. 노조 측 자료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해 해고자 50명의 ‘구호비’ 명목으로 모두 27억여 원을 썼다. 1인당 월평균 450여만 원, 연평균 5400여만 원이다. 이들은 현재 대부분 노조의 집회, 시위 등에 참여하는 등 노조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채권 발행 시기인 7월 회의에서 “희생자(해고자) 구호기금 중 복직자 보상비, 집회 소송 벌금 등을 제외한 해고자 월급 지급액은 약 1억7000만 원”이라며 “지난해 50명의 해고자 구호비에 27억 원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 “노조를 현재 수준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1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최소 비용으로 운영해도 약 6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방만한 노조 운영

감사원은 지난해 5월 철도공사 감사에서 ‘노조전임자 과다운영’을 지적한 바 있다. 조합원 2만4000여 명에 대한 적정 전임자 수가 21명 이내이어야 함에도 2005년 57명, 2006년 62명, 2007년 60명이었던 것. 하지만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를 바꾸려면 단체협약 규정을 고쳐야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이 회사 단체협상은 현재까지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노조 측은 또 다음 달 1일부터 중단되는 조합원의 ‘수도권 전철 공짜 이용’도 계속해서 할 수 있도록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서울 메트로 등 수도권 지하철에서 안 된다고 하는데도 노조가 계속 공짜 사용을 요구해 곤혹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 밖에 철도노조는 단협으로 노조창립일(11월 1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근무 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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