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잘 빠져서 군대 빠졌다?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8분


이번엔 ‘탈구 수술’로 병역기피 의혹 204명 적발
‘환자 바꿔치기’ 브로커, 113명 병역연기 혐의도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현역 입영 대상자의 신체검사 등급을 낮춰준 신종 병역비리에 이어 습관성 어깨 탈구 수술로 병역을 기피한 또 다른 병역비리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습관적으로 어깨관절이 빠지는 질환으로 수술을 받아 병역을 기피한 혐의가 있는 204명의 명단을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서울 강남의 모 정형외과에서 이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뒤 신체검사에서 4급(공익근무요원 대상)이나 5급(면제) 판정을 받은 사람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달 초 이 병원을 압수수색해 환자 명단을 확보한 뒤 입영 신체검사 결과와 대조하는 방법으로 수사 대상을 압축했으며 현재까지 40여 명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이 ‘200여만 원을 내고 수술을 받았으며 병역 기피가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에 오른 204명 중에는 프로 운동선수와 연예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환자 바꿔치기 수법을 쓴 병역브로커 윤모 씨(31)가 113명의 병역 연기를 도와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브로커 윤 씨와, 신원이 뒤바뀐 진단서를 떼는 데 협조한 심부전증 환자 김모 씨(26), 신체검사 등급 변경을 의뢰한 카레이서 김모 씨(26) 등 5명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심부전증 환자 김 씨를 동원해 카레이서 김 씨가 심장질환 진단서를 받을 수 있게 해주고 710만 원을 받은 혐의(병역법 위반)를 받고 있다. 사전에 윤 씨와 계약을 한 발작성 심부전증 환자 김 씨는 발작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을 때 자신의 것이 아닌 카레이서 김 씨의 건강보험증을 사용해 신분을 감쪽같이 바꿔치기했다. 이렇게 발부된 진단서로 카레이서 김 씨는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환자 김 씨는 그 대가로 카레이서 김 씨에게서 1500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모 사립 명문대 대학원생과 또 다른 카레이서 정모 씨(23) 등 3명에게서 모두 33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윤 씨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학원’ 재원 증명서를 이용해 국가 자격증시험을 접수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병역을 연기해 주고 113명에게서 약 7600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고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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