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야 뭐… 전주 막걸리 인심이나 쭈욱 들고 가소”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9분


전북 전주 막걸리집은 안주가 공짜다. 막걸리와 함께 푸짐하고 맛있는 안주를 먹으니 밥을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 퇴근 무렵이면 전주의 막걸리집은 직장인과 관광객, 가정주부들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전주=박영철 기자
전북 전주 막걸리집은 안주가 공짜다. 막걸리와 함께 푸짐하고 맛있는 안주를 먹으니 밥을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 퇴근 무렵이면 전주의 막걸리집은 직장인과 관광객, 가정주부들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전주=박영철 기자
20가지 반찬에 일품요리… 1만원대에 푸짐한 한상
市 ‘막걸리 지도’ 만들어… 전주의 맛 알리기 나서

“아줌마, 이러고도 남아요?”

전북 전주 막걸리집에서는 손님이 주인을 걱정한다. 술값만 받고 거의 한정식 수준의 공짜 안주를 내놓기 때문이다. 전주 막걸리집은 안주가 공짜다. 오랜 전통이다. 술값은 막걸리 750mL 3병을 넣은 한 주전자에 1만2000∼1만5000원. 1만 원을 받다가 최근에 올렸다. 1인당 1만 원이면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저녁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

공짜 안주라고 해서 허투루 나오는 것은 없다. 전주 아낙네의 손맛이 살아 있어 적어도 한 번씩은 손이 가는 안주들이다. 그날그날 주인의 장바구니에 담긴 찬거리에 따라 안주는 약간씩 달라진다. 해물 위주로 나오는 집이 있는가 하면 삼계탕에 돼지고기 수육 등 고기가 많이 나오는 곳도 있다. 겉절이 김치에 조기매운탕이나 민물새우탕, 삶은 콩과 찐 옥수수, 병어회, 주꾸미, 배추, 계란탕, 파전과 계란말이, 두부김치 등 20여 가지 반찬과 안주가 기본으로 깔리고 한 주전자를 추가할 때마다 산낙지, 꽃게장, 전복, 홍어삼합 등 공짜 일품안주가 뒤따라 나온다. 서울에서는 한 접시마다 1만∼2만 원씩은 족히 받는 안주들이다.

허풍이 센 외지인들은 “이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이은 ‘8대 불가사의’”라고 흥분한다. 막걸리집 주인들은 “아 남응게(남으니까) 허것지”라고 남 얘기하듯 퉁명스럽게 되받다가 “두 주전자까지는 별로 남는 게 없고 세 주전자부터 조금씩 남는다”고 귀띔한다.

1960, 70년대에 호황을 누리던 전주 막걸리집은 1980년대 들어 맥주에 밀리다 외환위기 이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전주의 푸진 음식 인심과 서민들의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이 맞아떨어져 2000년 이후 전문점 형태로 발전했다. 현재 영업 중인 막걸리 전문점은 100여 곳. 삼천동 삼익수영장 앞(27개)과 서신동 본 병원 맞은편(12개) 등 6, 7곳에 몰려 있다.

막걸리집은 한옥마을 등 전주를 찾는 외지 단체 관광객들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곳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고 맛있는 안주가 많다 보니 여성들이 더 선호한다. 일본에는 전주 막걸리집을 찾는 패키지 여행상품도 등장했고 이달 하순부터는 전주막걸리가 일본에 수출된다.

2007년부터 ‘막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막걸리 부흥에 나선 전주시는 막걸리를 찾는 외지인들이 몰리자 ‘전주 막걸리지도’ 2만 부를 10월 말까지 만들기로 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막걸리전문점의 상세지도와 연락처, 안주의 특성 등을 사진과 함께 담을 계획이다. 전주막걸리의 역사와 유래, 막걸리집의 풍속도 설명한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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