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신이 절반… 광역시보다 道지역 입학생 많아

  • 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9분


서울 서문여고 2학년인 영화배우 이세영 양이 지난달 3일 서울 성신여대 수정관에서 열린 입학사정관제 ‘성신 챌린저 전형’의 모의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 제공 성신여대
서울 서문여고 2학년인 영화배우 이세영 양이 지난달 3일 서울 성신여대 수정관에서 열린 입학사정관제 ‘성신 챌린저 전형’의 모의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 제공 성신여대
《과외는 물론이고 학원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다는 전남 담양고 출신 김창남 씨(19)는 당당한 서울대생이다. 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입학사정관이 선발하는 기회균형선발전형으로 서울대 생명공학부에 입학했다. 김 씨는 요즘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공부방에서 자신처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그는 “봉사활동으로 내가 받은 혜택을 아이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신장이식을 받지 못해 돌아가신 아버지가 안타까워 김 씨는 생명공학자를 꿈꾸고 있다.》

[평균학점 3.0… 일반과 대등]
‘학력 우려는 기우’ 증명… 건대 “학교 만족도 더 높아”

[일반고 76% 특목고 24%]
일반고만 뽑는 전형 있어… 일부大는 특목고 우대 의혹

[男 51% 女 49%]
남녀비율 고3때와 비슷… 성별 따른 유불리 없어

입학사정관제는 고교 내신이나 수능 점수보다는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김 씨 같은 학생에게도 기회를 충분히 주도록 하자는 것이다. 입학 전문가들은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잘못 파악해 성적이 나빠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전형이라고 보는 것은 오해라고 입을 모았다.

건국대 서한손 입학처장은 “학업에 대한 열의와 성실성이 기본적인 평가요소”라며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다른 학생보다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 일반계고 출신 학생 최다

2008학년도 10개 대학에서 시행했던 입학사정관제는 2010학년도에는 90개 대학으로 확대된다. 입학사정관제 중간 점검을 위해 동아일보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상기 의원(한나라당)에게서 단독 입수한 입학사정관제 전형 입학생들의 출신 고교, 지역, 대학 성적 자료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이 된 대학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전국 40개 대학이다. 이 가운데 입학사정관제로 뽑힌 2009년 신입생 자료를 제출한 서울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총 15개 대학을 분석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들 대학에 2009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은 1564명. 이 중 외국인과 검정고시 출신을 제외한 1302명을 분석한 결과 일반계고 출신이 986명으로 전체의 4분의 3에 달했다. 외국어고 출신은 209명(16.05%)이었고 과학고 100명(7.68%), 자립형사립고도 7명(0.54%)에 그쳤다.

당초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일반계고 학생이 더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특수목적고 학생 우대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계고 출신 학생들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대는 일반계고 출신자만 지원할 수 있는 ‘학생부우수자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이화여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외국어고, 과학고 출신 학생의 비중이 높아 일반계고와 특목고 출신 학생들의 내신을 달리 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화여대는 올해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 584명 가운데 일반계고는 296명(50.68%), 외국어고는 186명(31.85%), 과학고는 96명(16.44%), 자립형사립고는 6명(1.03%)으로 외국어고 및 과학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경희대는 학생부 내신 점수를 계산할 때는 일반고와 특목고에 차이를 두지 않지만 주관적인 서류 평가에서는 출신 고교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 광역시보다 경기 충남 전북 전남 등 우세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지역의 교육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으로도 제시됐다. 하지만 수도권에 벌써 입학사정관제 준비를 위한 사교육 기관이 생겨나면서 입시 정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지방 학생들은 불리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경기 서울 등 수도권 출신이 49.66%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부산 대구 등 6개 광역시(19.97%)보다 강원 충북 등 8개 도(30.37%) 출신이 더 많아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할 가능성을 보였다. 서울대의 경우 지방에 있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취지에서 기회균형선발전형과 농어촌학생특별전형도 도입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양정호 정책연구부장(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은 “입학사정관제도는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느냐를 기본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지방 일반계고라고 해서 불리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신입생의 남녀 성비도 각각 51.35%, 48.65%로 크게 편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면접 능력이 우수한 여학생이 입학사정관제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도 있었으나 성비 간 불균형은 없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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