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걸리는 것 보다 낫는게 더 무섭다

  • 입력 2009년 9월 18일 15시 07분


최근 국내 신종플루 감염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신종플루 확진 환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따르면 외국 여행을 다녀온 이 학교 학생이 신종플루 확진 환자로 확인되자 학교 측은 이 학생을 당분간 집에 머물게 했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해당 학생과 접촉이 있었다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학보모들이 학교로 전화를 걸어 "도대체 그 아이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관리 했기에 신종플루에 걸리느냐" "아이가 확진환자가 될 때까지 학교는 뭘 하고 있었느냐"며 항의했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가 완쾌 되더라도 등교를 시키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방의 한 대학생도 신종플루 확진 후 치료를 받고 학교에 갔지만 다른 친구들이 그를 멀리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A씨는 "동남아로 휴가를 다녀온 뒤 큰 딸이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자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바로 완쾌됐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격리 권고 기간이 지났는데도 학교 측에서 '나오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며 "다른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학원도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헬스클럽에 다니는 주부 B씨도 몇 주 전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쾌된 사연을 다른 회원들에게 얘기했다가 "그런 몸으로 공공장소에 나오면 어떡하느냐"는 항의를 받고 헬스클럽을 그만 둬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성숙하지 못한 사회의 전형적인 대처 방식"이라고 꼬집는다.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에 대한 필요 이상의 공포감이 과민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며 "신종플루 치료 환자는 일반 감기에 걸렸다 나은 사람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주위 사람을 왕따 시키기 보다는 개인위생에 신경 쓰는 등 보다 성숙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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