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이혼으로 물거품 된 60억대 보험금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A 씨(73)는 2006년 1월 금융소득세 등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 부인과 딸 3명의 이름으로 연금보험을 계약했다. 그는 당시 부인과 딸 명의의 은행계좌에서 인출한 돈으로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부했고, 이렇게 가입한 보험 상품이 모두 8건에 보험금액만 66억4000여만 원에 달했다.

이후 A 씨는 2008년 2월까지 매달 연금형식의 보험금을 받았으나 아내와 불화 끝에 이혼한 것이 화근이 됐다. 2008년 3월 전 부인과 딸들이 계약상의 보험금 수령 계좌를 A 씨가 관리하는 계좌에서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는 계좌로 바꾸면서 A 씨는 보험금을 한 푼도 탈 수 없게 된 것.

A 씨는 전 부인 등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그는 “세금 절감을 위해 가족 명의로 보험계약을 했고 보험금은 모두 내 몫”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전 부인과 딸들의 손을 들어줬고, A 씨는 60억 원대의 보험금을 날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임성근)는 “A 씨가 자신의 돈으로 보험금을 납부했다고 해도 계약자 명의나 수익자가 전 부인과 딸들로 돼 있는 만큼 이들을 계약당사자로 볼 수 있다”며 “전 부인과 딸들이 보험수익자의 권리를 양도했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