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 성적이 3년 간다는 말 있잖아요. 변화가 없었다면 저도 그 성적 그대로였을 거예요. 부모님을 생각하며 최상위권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어요.”
충북 청주시 남성중학교 2학년 정수지 양(14)은 초등학교 때 전교 1등을 도맡았다. 학교 시험에선 전 과목을 통틀어 틀린 문제가 없었을 정도. 각종 교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6학년 때는 전교 회장을 맡았다. 》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 받은 성적표는 그의 자신감을 크게 떨어뜨렸다. 반에서 4등, 전교 20등 안팎을 오갔다. 정 양은 ‘나보다 뛰어난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2학년이 된 정 양은 최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과목별 단 몇 점이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구분하는 결정적 기준이었다. 정 양은 우선 수행평가, 중간·기말고사에서 평균 점수를 갉아먹는 ‘빈틈’을 막는 데 주력했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평균 87점이었던 정 양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평균 99.04점’이라는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 다시 전 과목 만점의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수행평가] 과목별로 5점씩 올리니, 평균 5점 UP!
“1학년 성적표를 분석하니 수행평가에서 과목별로 2∼5점씩 깎였더라고요. 평상시 조금만 성실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 수행평가에서 점수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학기말 성적에 수행평가는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반영된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30∼50점.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국어 수행평가는 수업시간에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한된 시간 동안 글을 써서 제출하는 방식. 정 양은 “글의 주제와 형식이 제시되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뒤 조건에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2학년 1학기 국어시간에 향가 ‘서동요’를 배우고 시조를 쓰는 수행평가가 주어졌다. 자유롭게 주제를 선택해 풍자적인 시조를 쓰라는 선생님의 돌발 주문에 학생들은 당황했다. 정 양은 침착하게 시조의 형식을 엇시조(초장·중장·종장 중 어느 한 장이 평시조보다 더 많아진 형태의 시조)로 택했다. 풍자적인 성격을 살리기 위해 ‘정치’를 주제로 결정했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내용을 동물에 비유한 시조는 만점을 받았다. 주어진 형식과 조건, 주제에 맞춰 성의껏 글을 쓴 것이 비결이었다.
사회는 주로 쪽지시험 형태로 평가했다. 정 양은 미리 고지된 쪽지시험 범위를 체크해 그날 반드시 복습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과 필기한 것 위주로 30분이면 정리할 수 있었다. 시험 당일 쉬는 시간에는 핵심내용을 마지막으로 암기했다. 이렇게 평소 준비하는 습관 덕분에 정 양은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쪽지시험에서 늘 좋은 점수를 받았다.
[중간·기말고사] ‘지킬 수 있는’ 계획이 평균 99점의 비결
시험성적이 오른 가장 큰 이유로 정 양은 ‘변화한 계획표’를 꼽았다. 1학년 때는 시험 1, 2주 전에 부랴부랴 전 과목 계획을 세웠다. ‘월요일=과학 시험범위 전 단원 다 풀기, 화요일=국어 전 범위 요점정리 및 문제 풀기, 수요일=영어 전 단원 지문 해석하기’ 식이었다.
“무리하게 계획을 세웠더니 지키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계획이 자꾸 밀려서 시험 전날엔 새벽 3, 4시까지 ‘벼락치기’했고요. 시험시간엔 정신이 몽롱해서 빨리 풀고 자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기말고사를 치르는 내내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오전에 시험이 끝나면 오후 늦게까지 자고, 다시 새벽까지 공부했다. 시험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가 잦았다.
2학년 때는 시험 3주 전부터 계획을 세워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시간이 늘었기 때문에 과목별로 3단계(개념이해→내용암기→문제풀이)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과목별 시험 준비 기간은 주별로 하루씩 2, 3일을 확보했다. 첫째 주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교과서 개념이해에 집중했고 둘째 주에는 필기 노트, 참고서, 프린트를 꼼꼼히 확인하며 핵심내용을 암기했다. 셋째 주에는 기출문제와 심화문제 풀이로 마무리했다. 계획대로 실행하니 시험기간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평균은 만점에 가깝게 올랐다.
[과목별 학습법] ‘필기의 여왕’ 만나 암기과목 공략
1학년 때 국어는 평균 점수를 낮추는 ‘주범’이었다. 교과서를 반복해 읽으며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만 주력했던 정 양은 국어시험에서 4, 5개를 틀려 80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주 틀리는 유형을 분석한 결과, 교과서 지문 외에서 보기가 출제될 때 실수가 잦았단 사실을 알게 됐다.
정 양은 모든 글을 읽을 때 주제를 파악하는 연습을 했다. 낯선 지문을 만나도 교과서와 연계된 주제를 콕 집어내기 위한 훈련이었다. 설명문, 논설문, 고전소설, 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읽으면 주제를 찾아 정리했다. 다양한 지문이 많은 문제집을 골라 여러 권 풀면서 자주 틀리는 유형을 반복해 읽었다. 노력 끝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는 100점을 받았다.
암기과목 공부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전까지 정 양은 암기과목 필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문제집의 요점정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필기의 여왕’인 짝을 만나 180도 변했다.
“그 친구는 45분 동안 ‘깨알같이’ 필기했어요. 필기의 효과를 반신반의하면서도 한번 따라했더니 한자와 기술·가정 점수가 확실히 오르더라고요. 학교시험문제는 참고서보다 선생님이 강조하신 내용에서 많이 나온다는 사실도 알았어요.”
정 양은 수업내용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적는다. 수업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필기 자체보다 수업내용을 이해하는 것. 단,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과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부연설명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메모했다. 복습할 때는 이 키워드를 보며 수업을 떠올렸다.
“경기에서 그냥 열심히 뛸 때와 ‘전력질주’할 때는 기록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공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끝까지,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 비결 아닐까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