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東京·고려시대에 경주를 일컫는 말)에는 꼬리가 없거나 이상한 개가 많았다. 그래서 이를 동경구(東京狗)라고 불렀다.’
17세기 경주에 부윤(지방관청 책임자)으로 부임한 민주면이 펴낸 ‘동경잡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후 증보문헌비고나 성호사설 등의 서적에도 ‘경주개 동경이’ 이야기가 나온다. 동경이는 겉으로 보기에 진돗개와 비슷하지만 꼬리가 없거나 5cm 미만으로 아주 짧다. 그러나 이후 동경이는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점차 사라졌다.
겨우 혈통을 이어가던 동경이를 이제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려는 노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경주시와 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는 21일 경주시 강동면 양동민속마을에서 ‘동경이 사육마을 지정식’을 열었다. 이 마을 10가구에 동경이 11마리를 분양했다. 수년 동안 혈통관리를 해 온 ‘순종’ 동경이의 3, 4대 새끼다. 조만간 교동 최부자 마을에도 동경이가 들어갈 예정이다.
동경이가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서라벌대 최석규 교수(52·애완동물관리과)의 노력이 주효했다. 최 교수는 2005년 열린 신라토우(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의 모양)전시회에서 동경이를 발견한 후 학교에 ‘동경이보전연구소’를 설립하고 혈통 보존에 나섰다. 경주지역 30여 농가에서 사육 중인 동경이를 대상으로 수의학자들과 함께 유전자 분석 등을 거쳐 순종을 가려냈다. 현재 이 연구소에 120여 마리를 비롯해 경주 전체에서 순종 200여 마리를 확보한 상태다.
그는 동경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받도록 하기 위해 올해 7월 동경이보존협회도 설립했다.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을 하려면 순종 개체 400∼500마리를 확보해야 가능하다. 그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에는 동경이를 일반에 보급할 계획”이라며 “사냥을 잘하고 집을 잘 지키면서도 사람과 친밀한 동경이는 ‘신라 천년고도’인 경주를 상징하는 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동경이가 왜 경주에 많았는지에 대해 그는 “5, 6세기 신라가 외국과 문물을 활발히 교류하는 과정에서 동경이도 중국 쪽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동경이는 다 컸을 때 키 48cm, 몸길이 50cm가량이다.
경주시는 순종 동경이가 늘어나면 새로운 농가소득원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주시 서동철 축산담당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경주 주요 유적지에서 동경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농가에서도 사육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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