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제자들 “입각 발표 후 소신 꺾지 않았나?”

  • 입력 2009년 9월 22일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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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61)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2일 막을 내린다.

정 후보자는 최근 이명박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중도실용주의의 결정판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동시에 위장전입과 병역비리, 세금탈루, 논문 이중게재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총리 후보 지명 전까지만해도 야권의 잠재적인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던 그의 입각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비단 야당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그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던 서울대 제자들도 정 후보자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21일 만난 서울대 학생 대부분은 정 후보자가 입각이 평소 강단에서 보여준 소신을 사실상 꺾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A씨(서울대 정치학과·4년)은 "정 후보자가 강단에 설 때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정책이나 경제 정책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들어 정부의 정책에 대한 입장이 바뀐 정 후보자를 보면서 학생들조차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것인지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정 후보자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MB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 "감세로 내수 진작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상기하며 입장변화를 비판했다.

B씨(서울대 사회학과· 4년) 또한 정 후보자의 입장 변화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B씨는 "정 후보자가 지난해 4월 있었던 서울대 특강에서 한반도 대운하 반대 의사를 밝혔다"며 "당시 정 후보자는 대운하는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될 수 없고 개인적으로 대운하를 반대하며 운하를 건립할 돈이 있으면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 후보자가 (대운하의 다른 이름인)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 효과가 있어 쉽게 반대하기 힘든 사안이라고 말한 것을 전해 들었다"며 "강바닥을 파내고 보를 통해 강의 흐름을 막는 사업이 어떻게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씨는 교내에서 벌어진 4대강 사업 반대서명운동에 1006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참여했던 점을 들어 학내 여론이 정 후보자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현재 서울대 포털사이트인 스누라이프에는 정 교수의 입장 변화나 총리 내정 등에 대해 수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처음에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지만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듯한 잇단 발언에 실망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이제는 다수"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D씨는 중앙은행의 독립을 줄곧 주장해온 정 후보자가 현 정부의 경제관료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정 후보가 현재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와 관련, 한은의 권한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점을 들어 "한은법 개정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재정부,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겪는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전체 학생여론의 총학생회 측은 정 후보자의 입장 변화 등과 관련 "전체 학생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고 , 또 워낙 큰 사안이라 함부로 의사를 표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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