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간의 영어 인터뷰가 옥스퍼드대 당락을 좌우했습니다.”
올해 10월 옥스퍼드 모들린 칼리지 법학과에 입학하는 서재희 양(18)은 지금도 이 학교 입시 관문인 영어 인터뷰에 대한 생경한 체험을 떠올리고 있다.
서 양은 법학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해 옥스퍼드 관문을 두드렸다. 용인외국어고 시절 모의법정 동아리에서 쌓은 실력으로 수상한 전국영어모의법정대회 대상, ‘서울 모의 유엔-국제사법 재판소’ 최고 변호사 상 등은 서류심사 과정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했다.
옥스퍼드대의 독특한 전형 방식은 서류 심사가 끝난 뒤 이 대학 교수들이 진행한 영어 인터뷰에서 맛볼 수 있었다. 교수들은 대학 입학 사이트에 국제 판례를 올려놓고 서 양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사이트에 올려놓은 국제 판례는 A4용지 20장 분량이었다. 교수들은 “1시간 이내 대답할 준비를 하고 전화를 걸라”고 말했다. 순발력과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인터뷰였다.
국제전화가 다시 연결되자 교수들은 법률 상식과 논리 전개 방식 등 다양한 분야를 캐물었다. 서 양은 “전화 인터뷰에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계속 쏟아져 한순간 당황했다”며 당시의 경험을 떠올렸다. 교수들은 판례에 대한 서 양의 의견을 뒤집어보기 위해 사실과 전제를 뒤집는 시험도 했다. 서 양은 “냉정을 되찾은 뒤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모의 법정에서 쌓은 상식을 바탕으로 일관된 논리로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서 양은 “매일 아침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 같은 영자신문을 읽고 BBC 등 방송을 청취한 것이 인터뷰의 영양분이 됐다”며 인터뷰 합격점을 받은 비결을 얘기했다. 영자신문을 읽을 때는 기억에 남는 기사를 잘라내고 빈 공간에 기사에 대한 짤막한 생각을 적어놓았다. 모르는 단어는 색연필로 칠한 뒤 다시 외우는 것이 서 양의 고급 단어 정복 방식이었다.
서 양은 “영어 공부에서는 유창하게 말하는 것보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 양은 최근 영어 학습 방법을 정리해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영어부터 정복하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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