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8시 10분 서울 강남 삼성역 사거리. 평소 같으면 버스와 출근하는 자가용들이 마치 전자오락게임 ‘테트리스’ 조각 쌓이듯 테헤란로에 빼곡히 들어서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은 역삼역까지 왕복 10차선 대로가 모두 시원하게 뻥 뚫려 있었다. ‘세계 차 없는 날’을 맞아 테헤란로 일대에 승용차 통행이 전면 제한됐기 때문. 이날 서울시와 경찰은 오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세종로사거리∼동대문로터리 2.8km 일대의 종로 구간과 테헤란로 역삼역∼삼성역 2.5km 구간을 통제했다.》
○ 전체 교통량 평상시보다 26.2% 줄어
2007년 9월 22일 종로 거리에서 처음 시도된 ‘서울시 차 없는 날’은 지난해 청계천으로 범위를 넓힌 데 이어 올해는 강남권 대표 상습정체구간인 테헤란로까지 확대됐다. 행사를 주관한 차 없는 날 서울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출근시간대(오전 7∼9시) 총교통량은 평상시보다 26.2% 감소했다. 지난해 차 없는 날에는 교통량이 평소보다 16.9% 줄었다.
이날 오전 2시부터 종로 거리와 테헤란로에는 임시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만들어졌다. 남은 도로 구간을 자전거 이용객과 일반 시민을 위해 비워두기 위해서다. 버스 전용차로와 안전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마련된 자전거 전용도로로는 자전거 이용객들의 출근 행렬이 이어졌다. 그 옆으로는 ‘세계 차 없는 날’을 홍보하고 전기자동차와 전기오토바이 등 무공해 운송수단을 소개하는 부스가 들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임시중앙버스전용차로에 맞춰 기존 길가 정류장을 대신할 임시 정류장 29개도 도로 중앙에 들어섰다. 밤새 갑자기 바뀐 정류장 위치에 출근시간대 일부 버스운전사와 승객들 사이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종로에서 버스정류장을 찾지 못해 10분 가까이 헤맸다는 이지희 씨(19·여)는 “버스정류장 안내를 좀 더 자세히 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여전한 홍보 부족…환승 할인 문제도
시민들은 행사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홍보가 부족했다는 반응이다. 도로 절반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개방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중앙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행여나 차가 올까 봐 급하게 인도로 올라서는 모습이었다. 평소 지하철로 종로 직장까지 출근한다는 김은경 씨(27·여)는 “역내에서 ‘카드 찍지 마세요’라는 소리를 듣고서야 오늘이 차 없는 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홍보가 부족했던 점은 아쉽지만 도심에 차가 별로 없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이날 차 없는 날 공식 홈페이지에는 환승 할인금액 환불을 요구하는 수도권 주민들의 항의 글도 오전부터 이어졌다. 대중교통 무료 탑승 시간이 오전 9시로 제한되다 보니 경기도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와서 오전 9시를 넘겨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면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 경기 남양주시의 한 시민은 “평상시보다 요금이 2배 이상 나왔다”며 “차 없는 날 시행 범위를 경기도까지 확충하든지, 환승 할인을 받을 사람은 교통카드를 찍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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