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2명이 숨진 데 이어 같은 병원에서 수술한 환자 1명도 중태에 빠졌다. 불과 8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공통된 원인은 세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이었다.
▶본보 21일자 A14면 참조▶성형외과 수술받은 2명 사망
○ 8일 사이에 3명 사상
이달 15일 김모 씨(42·여)는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D성형외과에서 다리 지방흡입수술을 받았다. 서면 일대 1km 거리는 성형외과 60여 곳이 성업 중인 의료타운. 일본 성형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김 씨는 이곳에서 2시간가량 수술을 받았다. 수술 뒤 속이 울렁거리고 다리 부위에 통증이 심해 다음 날 인제대 부산백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며칠 뒤 패혈증으로 숨졌다. 유족들은 “평소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9일에는 박모 씨(29·여)가 이 병원에서 가슴확대수술을 받았다. 박 씨도 호흡곤란과 혈압 저하 등의 증세를 보여 동아대병원으로 옮겼으나 나흘 만에 숨졌다. 16일에는 이 병원에서 허벅지 지방을 떼어 얼굴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권모 씨(52·여)가 앞서 숨진 김 씨, 박 씨와 비슷한 증세를 보여 동아대병원에 입원했다. 큰 고비는 넘겼지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세 명의 시술은 성형외과 전문의인 A 씨(36)가 모두 맡았다.
○ 의료과실 여부 수사
D성형외과는 잇따라 사고가 나면서 문을 닫은 상태다. 이 사건을 맡은 부산진경찰서는 21일부터 이틀간 이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수술 때 사용했던 지방적출 주사기 등 수술도구와 진료기록을 담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 등 29가지 압수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넘겼다. 패혈증으로 확진된 사망자 2명의 위액, 세포조직, 가검물을 부산대병원에 보내 수술도구의 세균과 대조한 뒤 병원 측 과실 여부를 가려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이 세균 감염에 따른 패혈증으로 확인된 만큼 수술도구의 위생관리 소홀이나 주사제 오염 여부를 우선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술을 한 전문의 A 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시술상 실수는 없었고 링거액, 마취액, 생리식염수 등 수술 보조물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병원 자체적으로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진술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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