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치활동 공개선언한 셈”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7분


■ 3개 공무원 노조 ‘통합 - 민주노총 가입’ 파장

3개 공무원 노조가 단일 노조로 통합하고 상급단체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함에 따라 통합노조의 행보와 정부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통합노조 측은 앞으로 불법 파업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치세력화를 명문화한 민주노총과 보조를 맞추기로 한 만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통합노조가 파업 등 불법행위를 강행할 경우 대규모 행정 공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공무원들, 왜 민주노총을 택했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손영태 위원장은 22일 “공무원노조를 현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를 향해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면 정부 비판 능력이 있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현 정부가 반노동자 정책을 펴고 공무원을 매도하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본충 행정안전부 윤리복무관은 “정부는 관련법에 따라 행정을 집행할 뿐 특정 집단과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투표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불공정투표행위’가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징계가 가능한지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 조심스러워하는 통합노조

상급단체 가입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정치적 이유로 불법 파업을 주도해 온 민주노총에 공무원노조가 가입하면 향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훼손과 행정 공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정부는 어떤 행위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지는 통합 공무원노조에 가입한 공무원이 속한 기관에서 판단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행위로 인정되면 소속기관 등 징계권을 갖고 있는 기관이 행위자 공무원을 처벌하게 된다.

통합 공무원노조는 일단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조직이 안정되면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노 손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가입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불법 파업에 연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노총 가입에 대한 우려의 시선

통합 공무원노조가 정치세력화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에 대해 우려가 많다. 국민의 세금을 받는 공무원이 반정부 투쟁을 하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것에 대한 거부감과 향후 투쟁적 노조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또 민주노총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주도하는 파업에 공무원노조가 참여할 경우 ‘행정대란’이 빚어질 수도 있고,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홍익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과 교수는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정치활동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라며 “소수의 지도부가 침묵하는 다수의 선량한 공무원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데도 정부가 막지 못해 앞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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