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당 열어 한국어 강의
법률-진학 고민까지 나눠
“우리가 살면서 흔히 접하게 될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는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8일 오후 인천 서구 가좌고(교장 박재빈) 1, 2학년 교실. 학생 960여 명이 특별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처음으로 다문화교육을 위해 이 분야 전문강사인 강신란 씨를 초청해 ‘다문화 이해’ 강의를 들은 것. 오후 1시 10분부터 3시까지 이어진 이날 교육에서 학생들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하며 다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수업은 ‘지구촌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마음’을 학생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먼저 다문화교육의 개념을 설명하고 문화의 다양성과 차이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이해하도록 했다. 1902∼1905년 한국을 떠나 낯선 미국 하와이의 사탕수수밭에서 하루 종일 일하면서도 한국에 대학을 세우기 위해 성금을 보낸 이민 1세대의 헌신적인 나라사랑 이야기를 소개했다. 또 학생들이 열린 사고와 성숙한 지구촌 시민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하는 세계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1년간 살다 온 조해인 양(16·1학년)은 “이날 강의에서 한국 이민사를 배웠고 한국에서 사는 다른 민족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한 다문화교육 정책연구학교인 가좌고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다양한 ‘다문화 관련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5월에는 지역의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한국어학당을 열었다. 20여 명이 참가하고 있는데 한국어교육뿐 아니라 문화체험 활동과 현장체험학습 활동을 함께 진행해 호응이 좋다.
베트남 출신 주부 응우엔 티드억 씨(24)는 “교장선생님의 격려와 교사들의 열정적인 한국어지도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데 큰 힘을 얻었다”며 “무엇보다 따뜻한 인정을 느끼게 해 준 학교 관계자들에게 깊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또 다문화가정 구성원을 위해 3월 26일에는 ‘다문화가정 상담센터’를 열어 상담활동을 펴고 있다. 황찬욱 변호사가 법률상담을, 황범주 교감이 진학상담을 맡고 있다. 이 밖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교사들이 나서 ‘문화 생활상담’을 펼치고 있다. 3월 개학과 함께 학교 홈페이지도 다문화 중심으로 확 바꿨다. 사이버 상담실을 열고 다문화 자료방을 만들어 학생들이 수시로 접속해 다문화를 이해하도록 했다.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1학년 이진영 양(16)은 “평소 친구들이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며 “학교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 학생들이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아동돕기를 위해 올 3월 시작한 ‘1학급 1생명 살리기’ 사업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월드비전 인천지부의 도움을 받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인도네시아의 아동들과 결연한 뒤 편지를 보내고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 것.
정소영 교사(연구부장)는 “현재 가좌고 인근의 중학교에서는 수많은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으로 다문화 이해교육과 체험활동을 펼친다면 학생들이 다른 민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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