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월 23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문학과 역사학, 철학 등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하는 인문학은 언제부턴가 세상과 괴리된, 상아탑 속의 학문으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문학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인문학이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시민, 특히 소외계층과 만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21일부터 27일까지 인문주간을 맞아, 노숙인에게 인문학을 강의하는 현장을 영상뉴스팀 구가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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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라도 놓칠 새라 노트 빼곡히 강의 내용을 담습니다.
사업 실패 이 후 거리생활을 한지 8년 째. 노숙인 황 씨는 요즘 배우는 기쁨을 다시 누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OO씨 / 노숙인
"열심히 듣고, 내가 필요한 건 필기하고.. 하여튼 배우고 싶었으니까."
수강생 20여명은 모두 황 씨와 같은 노숙인입니다. 지난 4월부터 철학과 역사와 같은 인문학 수업을 들었던 이들은 오늘 정해진 120시간의 과정을 모두 끝냈습니다.
(인터뷰) 박성곤 센터장 / 옹달샘드롭인센터
"처음에 인문학을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의 염려가 있었지만 인문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저씨들이 많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현장음)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서정주와 천상병, 오규원의 시를 읽고 토론합니다.
올해로 5년째 운영되고 있는 성프란시스대학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숙인에게 인문학을 강의하는 곳입니다.
지원과 추천을 통해 선발된 수강생들은 매주 6시간씩, 1년 간 총 6과목의 인문학 강의를 듣습니다.
(인터뷰) 노숙인 수강생
"철학이나 인문학이나 그러면 하이클래스, 대학생이나 이런 사람만 접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런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인터뷰) 박경장 교수/ 성프란시스대·명지대
"정말 많이 깨지죠. 엄청나게 많이... 관념적으로 물었던 문학, 철학, 예술... 인문학이 현장에서 검증되는 거죠."
(스탠딩)
"노숙인 인문학 강좌가 인기를 얻자, 최근에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강좌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그 수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진행해온 서울시는 올해 그 대상을 다섯 배 이상 확대하고 강좌의 종류를 다양화 했습니다. 경기도 역시 '노숙인 희망인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에서는 2007년부터 매년 11억 규모의 시민인문강좌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규모가 커진 만큼 고민거리도 늘었습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그 중 하납니다.
(인터뷰) 고인환 교수 / 경희대
"임기가 바뀌면 다른 사람이 오고하면, 끊어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시야를 넓혀서 기업하고 장기적인 계약을 맺어서…"
소외됐던 학생들은 인문학 강좌에서 삶의 의미와 자존감을 깨닫고, 학교에 갇혔던 교수들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말 그대로 '희망의 인문학'입니다.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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