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에서는 사물놀이팀이, 일본 요코하마 시의 한 극장에서는 보컬밴드팀이 같은 시간 각각 연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별도 연주가 아니라 협연이다. 두 팀은 공연장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서로의 공연 모습과 연주를 들으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11월 2일 오후 7시 펼쳐질 대한해협을 뛰어넘은 협연 모습이다.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공간을 초월해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이 어우러진다.
이 초유의 협연을 위해 연정국악문화회관과 KAIST, 충남대가 ‘광대역통합연구개발망(KOREN) 활용 협약’을 10일 체결했다. 현재 초고속인터넷통신 보다 100배 빠른 속도(1Gbps)의 통신망을 구축하는 ‘KOREN’ 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정보사회진흥원(NIA)은 공모를 통해 연정국악문화회관이 신청한 ‘세계에 국악 알리기 사업’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연정국악문화회관에는 국내 공연장 중 처음으로 KOREN이 깔렸다.
KAIST 구본철 교수는 “공간을 뛰어넘은 협연은 KOREN과 고도의 촬영 및 전송기술로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동안은 도중에 통신이 끊기거나 동원해야 할 장비가 많아 협연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정국악문화회관은 해외 문화단체와의 협연에 앞서 시험적 시도로 가야금 병창과 판소리 심청가 등의 공연을 스페인 바르셀로나 극장으로 실시간 전송하고 있다. 1일과 8일 개최된 화요상설공연과 17일 열린 정기연주회 및 연정(국악원 설립자인 고 임윤수 씨의 호) 추모 5주기 음악회 실황을 성공리에 전송했다. 앞으로는 국악 전송 및 협연 국가를 미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진호 연정국악문화회관 관장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세계의 문화계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우리로서는 국악을 지구촌 곳곳에 전파하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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