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반짝인 ‘칠판’ 뒤엔 시커먼 로비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전현직 교장-공무원 등 납품비리 49명 입건
조달청, 제조업체 실사 착수

새로 구입한 칠판은 햇빛이 비치면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짝임이 심했다. 학부모들을 독자층으로 하는 한 교육신문은 “가루날림이 없고 음이온이 나와 친환경적인 칠판의 혁명!”이라며 호평했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특정 회사 칠판을 선전하거나 구매를 알선해 주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전현직 교장 및 학교 관계자, 공무원, 교육잡지 대표 등 49명을 입건해 이 중 D흑판 박모 대표(58)와 구매를 알선한 수원 Y초등학교 추모 운영위원장(49)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추 위원장 등 알선브로커 26명은 2005년 5월 술자리에서 만난 박 대표에게 “교육공무원 출신이라 현직 학교장 및 물품구매 담당 행정실장을 소개해줄 수 있다”며 알선비 제공을 약속받은 뒤 서울 시내 총 346개 국공립 초·중등학교를 돌며 납품을 성사시키고 7억1700만 원가량의 돈을 받았다. 서울 K초등학교 교장 김모 씨(61) 등 현직 교장 13명은 추 위원장 등에게서 소개받은 칠판을 구입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추 위원장과 박 대표 등은 조달청 물품구매담당 6급 공무원 이모 씨(47)를 끌어들여 조달단가를 고가로 허위 작성하게 하고 H교육신문 대표 및 편집주간으로 하여금 칠판에 대한 과장 광고도 싣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조달청은 이날 계약을 맺고 있는 모든 칠판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다음 달 9일까지 대대적인 현장실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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