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사상 최대규모 시험 예방 치료 가능성 발견 감염자수 너무 적어 효과 검증 시간 걸릴듯
24일 발표된 에이즈바이러스(HIV)의 예방용 백신에 관한 임상시험 결과를 놓고 아직 에이즈 예방에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돌파구(Breakthrough)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중요한 결과임은 분명하다”라는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말처럼 ‘완성형’보다는 ‘진행형’에 가깝다. 발표 직후 유엔 산하 에이즈전담기구인 ‘UNAIDS’가 백신 효능을 “매우 조심스러운 수준”이라고 논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 에이즈 치료의 희망 단서 이번 임상시험은 태국에서 가장 에이즈 발병률이 높은 촌부리, 라용 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8∼30세의 이성애자 남녀 1만64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사노피 파스퇴르가 개발한 ‘ALVAC’ 4회분과 미국 제약회사 ‘백스젠’이 개발한 ‘AIDSVAX’ 2회분을 섞은 ‘혼합 백신’인 RV144는 6개월에 걸쳐 피시험자에게 투여됐다. 이후 3년 동안 결과를 지켜본 결과 31.2%의 예방 효과를 보인 셈이다. 이런 결과는 “새로운 전기(A new place)”(미 비영리 에이즈 방지단체 ‘AVAC’의 미첼 워런 국장)임은 틀림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중론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까지 에이즈 연구는 치료보단 수명 연장 쪽에 치중해 왔다. 1997년 개발된 3가지 약물을 섞은 ‘칵테일 요법’은 에이즈 감염자 수명을 7∼10년에서 30∼40년으로 늘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으로 본격적으로 에이즈를 예방하고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은 셈이다. UNAIDS에 따르면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2007년에만 200만 명이 넘는다. 지금도 세계에서 하루에 약 7500명이 새로 에이즈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 이번 시험을 미 국방부가 주도한 것도 최근 HIV를 ‘국가 안보의 위협 요소’로 규정했기 때문이었다. 최근까지 의학계는 에이즈는 특별한 예방 및 치료책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시험에 공동 참여한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 파스퇴르의 미셸 드빌드 부연구소장은 “이번 결과는 1983년 HIV가 발견된 이래 처음으로 에이즈와 싸울 수 있다는 구체적 증거를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 “축배 들긴 이르다”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비교할 감염자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실제 접종자 중에서 에이즈에 걸린 51명과 위약을 받은 사람 중에서 에이즈에 걸린 74명은 비율로 치면 31.2%가 차이나지만 인원수로 치면 23명밖에 되질 않는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의 마리폴 키니 백신연구소장은 “이번 백신의 효능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백신이 어떻게 인체에 작용했고,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를 감소시켰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란 점도 걸린다. 백신 효과가 얼마나 오래갈지도 확실치 않다. 또한 이성애자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라 동성애자에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UNAIDS의 케이트 행킨스 수석 과학자는 “시험 결과를 검증하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