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둥∼두둥.”
23일 오후 3시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아프리카박물관 소공연장.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에 맞춰 관광객 20여 명이 박수를 치며 흥겨운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세네갈 민속공연단 ‘잘리아’ 단원 4명이 30분 동안 아프리카의 강렬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음악을 선사했다. 아프리카 민속악기가 만들어낸 울림은 들판을 달리는 들소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대지를 흔드는 코끼리 떼를 떠올리게도 했다. 때론 평화를 위해 신을 부르며 경배하는 엄숙함도 묻어났다.
이날 공연에 등장한 악기는 서아프리카 일대를 대표하는 타악기인 젬베를 비롯해 코라, 둥두, 차차 등 4종류. 젬베는 나무를 잘라 술잔 모양의 울림통을 만든 뒤 염소(또는 소) 가죽을 씌운 악기로 손바닥을 이용해 강한 울림을 내거나 때론 애절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긴 막대에 줄 21개가 달린 코라는 기타 소리와 비슷하지만 훨씬 소리가 강렬해 기계음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유일한 여성단원인 제듀 아미타나 씨(32)는 빠른 속도로 팔을 휘저으며 허리를 꺾는 ‘쿠쿠댄스’를 선보인다. 언뜻 보기에 ‘막춤’처럼 보이지만 박자와 리듬에 따라 반복되는 강한 춤사위다.
아프리카 민속공연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30분과 5시 30분 등 3차례 이뤄진다. 박물관을 개장한 2005년 1월부터 쉼 없이 진행했다. 관람객이 한두 명에 불과하더라도 공연은 끊이지 않았다. 한종훈 박물관장은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관람객이 적어 한때 중단을 고민한 적도 있지만 소수 관람객에게라도 아프리카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제주와 아프리카는 원시성, 자연의 생명력, 토착문화 등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은 아프리카 전통악기, 민속춤, 구연동화 등으로 아프리카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해 11월 23일까지 운영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전통악기와 춤을 배울 수 있다. 이 박물관은 서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젠네에 위치한 이슬람사원을 본떠 만들었다. 아프리카 조각 및 가면 전시실, 전통가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사진작가 김중만 씨의 아프리카 사진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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