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현대차 노조는 모처럼 노사 상생(相生)의 새 노동운동을 펼치고 국민과 세계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 새 집행부는 고질적인 파업병(病)부터 확실하게 고쳐야 할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설립 첫해인 1987년 20여 일간 파업을 시작으로 1994년 한 해만 빼고 해마다 상습적인 파업을 거듭했다. 1991년에는 35일간 파업해 회사 측이 휴업조치로 맞섰다. 1993년엔 임금 및 단체협약 문제로 35일간 파업하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불렀다. 노조 설립 이후 파업으로 자동차 110만9281대의 생산손실이 발생했고 손실액은 11조4654억 원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이런 파업병을 스스로 고치지 않고는 글로벌경쟁에서 지속적 성장을 기약할 수 없다.
유례없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노조가 과욕과 악습을 버리지 못한 자동차회사는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퇴직자와 그 가족들의 의료비까지 고집하다 파산한 미국 GM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차 노조는 GM 노조보다 강성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반면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세계 1위 자동차회사로 올라선 뒤에도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현대차가 선전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원화가치 하락과 미국 빅3를 비롯한 일부 대형 메이커들의 부진에 따른 반사적 이익이 컸다. 현대차가 경쟁 우위를 확고하게 다졌다고 볼 수는 없다.
현대차 노조는 시대착오적인 투쟁을 강요한 금속노조 및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 차기 위원장은 “현장을 무시하는 잘못된 금속노조를 확 바꿔서 스스로 고용을 지켜내고 우리 몸에 딱 맞는 한국적 금속산별노조로 탈바꿈시키라는 주문을 한 것”이라고 표심(票心)을 해석했다. 민주노총은 ‘근로자를 위하는’ 노조 상급단체의 본분을 팽개치고 좌파정치단체로 굳어져버린 지 오래다. 현대차 노조가 국민적 외면과 사회적 고립을 자초한 민주노총을 버리고, 노사가 윈윈할 수 있는 노동운동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중도실용 개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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