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SBC은행이 직원용으로 1000명분의 타미플루를 일괄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건당국이 25일 조사에 나섰다. HSBC는 본사의 조류인플루엔자(AI) 비상계획에 따라 6월 건강검진기관인 한국의학연구소(KMI)로부터 직원 1000명의 처방전을 일괄 발급받고 약국에서 직원 수만큼의 타미플루를 구입했다. 이후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심각해지자 해외출장을 떠나는 직원들에게 예방용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처방전을 받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들은 KMI를 방문해 진료를 받지 않았다. KMI는 HSBC 직원들의 정기 건강검진 자료를 토대로 1000명의 처방전을 일괄 발급했을 뿐이다. 정지향 HSBC 홍보이사는 “KMI에서 검진서류로 처방전 발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검진 서류를 근거로 처방전을 발급했다 하더라도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다면 일단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경우 의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2개월간 의사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KMI 측은 이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았다.
HSBC가 구입한 타미플루는 정부의 비축분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의약품을 관리하는 자격이 없는 은행이 1000명분의 타미플루를 임의로 보관한 행위는 약사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정 이사는 “1000개 가운데 9개를 해외여행 및 출장 중인 직원에게 지급했다. 앞으로 신종 플루 환자가 급증하고 국내에 타미플루가 부족해지는 사태가 오면 은행이 확보한 물량을 필요한 환자들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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