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2시. 국토해양부 부산항건설사무소는 1380억 원짜리 ‘울산신항 북방파제 2공구 축조공사’ 입찰에 참가한 건설사 대표 3명을 사전통보 없이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으로 불렀다. 곧이어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보안검색을 한 뒤 항로표지점검 선박에 태웠다. 그러고는 부산신항 서방파제를 벗어나 1km 이상 떨어진 외항에 배를 댔다.
대표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심의평가위원 명단의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해 바다 한복판에서 위원을 선정한다. 여러분은 추첨 참관자 자격”이라고 설명해 줬다. 대표들이 동의하자 부산항건설사무소는 이날 새벽 추첨을 통해 위원 13명을 선발했다.
심의평가위원은 참가업체의 설계안을 심사한 뒤 점수를 주기 때문에 낙찰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심의평가위원 13명도 외부와 고립된 채 심의를 진행했다. 오전 10시 부산 사상구 모 호텔에 모인 이들은 휴대전화를 압수당했고 오후 5시까지 외부와 연락할 수 없었다. 부산항건설사무소는 “지난해 발주한 1000억 원대 국책공사 입찰 선정 회의장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되는 등 평가위원 명단을 빼내려는 시도가 많아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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