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한국외국어대 통·번역센터 한원덕 센터장(46)과 스페인 그라나다 통·번역대학원 마리아 마뉴엘라 페르난데스 원장(48·여)은 전날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연설 도중 통역사가 교체된 이야기부터 꺼냈다. 페르난데스 원장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30주년 기념 학술대회(24일) 참석차 방한했다.
한 센터장은 “국가지도자 연설 통역을 90분이나 맡으려니 녹다운 되는 게 당연하다”며 “1995년 처음 정상회담 통역을 맡았을 때 너무 떨려 일주일 새 5kg이 빠졌다”고 회상했다. 페르난데스 원장은 “그래도 요즘 통역 잘못했다고 죽이는 일은 없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페르난데스 원장이 전날 발표한 논문 ‘1953년 한국전쟁의 정전협상 통역’에 따르면 정전협상 때 북한군 통역사는 자질 부족을 이유로 통역 후 처형을 당했다.
두 사람은 ‘통·번역은 사람을 향한다’는 데 동의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자동 통·번역 시스템이 발달해도 사람이 직접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야 제대로 된 통·번역이 가능하다는 것. 한 센터장은 “낱말 하나에 국익이 갈리는 외교 통·번역도 중요하지만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도울 수 있는 통역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사회보장 통역’이라고 불렀다.
한국외국어대 통·번역센터와 스페인 그라나다 통·번역대학원은 앞으로 공동연구도 해나갈 계획이다.
황규인 기자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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