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겠소? 우리 과학자들이 밤새워 연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짜릿한 발견의 순간, 발견하는 즐거움’에 이르기 위해서라 이겁니다.” 책의 도입부의 내용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글과 인터뷰, 강의 녹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읽다보면 파인만이 곁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을 통해 일상에서 ‘발견의 기쁨’을 경험하는 파인만을 만나 보자. 그리고 그 일부를 논술과 관련시켜 보자.
「(가) BBC: 노벨상이 가치가 있었나요?
파인만: 노벨상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요. 뭘 보고 주는 상인지, 무슨 가치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노벨상이 나와 아무 상관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거예요(웃음). 나는 명예를 싫어합니다. 나는 내가 한 일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고,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내 연구를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그걸로 족합니다. 한림원에서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한 값진 업적이라고 결정한다고 해서 그 결정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아요. 나는 그 이전에 상을 받았어요. 무언가를 발견하는 즐거움보다 더 큰 상은 없습니다. 사물의 이치를 발견하는 그 짜릿함, 남들이 내 연구 결과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진짜 상이죠. 내게 명예라는 건 비현실적인 거예요. 나는 명예라는 걸 믿지도 않아요. 그건 나를 괴롭히기만 합니다.(33, 34쪽)
(나) 옴니: 그러나 무엇을 발견할지 거의 확실하게 추측할 수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는 반드시 산마루와 골짜기 등이 있을 거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파인만: 그래요. 하지만 막상 거기에 가봤더니 전부 구름밖에 없다면 어쩌겠습니까?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생각은 모조리 없어져 버립니다. 이런 신나는 일이 때때로 벌어집니다. “우리는 궁극적인 입자를 발견할 것이다. 또는 통일장 법칙을 발견할 것이다.” 혹은 어떤 ‘바로 그것’을 발견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발견한 것이 아주 뜻밖이라고 밝혀지면, 과학자는 한층 더 신이 납니다. 과학자가 혹시 이렇게 말할 것 같나요? “아이고, 이건 내가 기대한 것과 달라. 궁극의 입자가 없다니, 나는 이제 탐구하고 싶지 않아.” 아닙니다.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건 뭐지?”(213, 214쪽)」
“노벨상은 단지 목에 걸린 가시와 같은 거예요”
과학자 파인만, 그를 진짜 흥분시키는 건 뭘까
‘(가)를 통해 과학자의 업적을 인정받는 상(賞)의 문제점과 자신이 생각하는 과학자의 진정한 상을 밝히고, (나)를 통해 과학자의 바람직한 연구 태도와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을 제시하시오’란 논제를 만들어 보자.
일부 과학자는 상(賞)의 노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결과에 집착하며 개인적인 명예를 추구하기도 한다. (가)에서 파인만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가장 큰 상이라고 말한다. ‘사물의 이치를 발견하는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 과학자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것이다. 진정한 과학자의 본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그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날 새벽에 전화한 기자에게 “아침에 전화해도 되지 않소”라고 말한 것은 파인만이 명예와 권위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파인만은 과학 이론의 발견이 얼마나 ‘멋지냐’보다 얼마나 ‘올바르냐’를 판단의 잣대로 내세웠다. 그의 기준에서 올바르다는 것은 과학자 개인의 탐욕을 버리는 연구에 대한 태도다.
(나)를 통해 과학자의 진정한 태도는 대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인만은 과학의 발견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생긴 결과가 호기심을 유발시켰다고 말한다. 새로운 탐구영역은 지적 호기심을 가진 채 의심하고, 비틀어보고, 다시 생각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파인만은 이 과정을 과학자의 즐거움으로 보았다.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에 직면하고, 좌절과 고통을 경험한다. 이것은 본래 의도했던 결과만이 최선의 결과라는 인식에 속박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새로운 결과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파인만과 같이 뜻밖의 결과에 대해서도 ‘그렇다면 정말 이건 뭐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적 호기심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발견하는 즐거움이 바로 파인만이 주는 교훈이다.
파인만은 인간이 만든 이론 가운데 가장 정확한 이론이라는 ‘양자전기역학’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론은 물리학의 기초를 단단히 다졌고, 그의 쉽고 재미있는 물리학 강의는 보통 사람들도 물리학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과학이 책임 있게 사용될 때 과학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가치를 가진다는 파인만의 신념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easynonsul.com에 동영상 강의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스스로 논술학습법’ 저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