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공부 허약체질?… ‘병원’에 가보세요!

  • 입력 2009년 9월 28일 03시 04분


《‘아이의 초등학교 성적표는 엄마의 성적표’라는 말이 있다. 자녀가 아직 어릴 때는 부모가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성적이 나온다는 뜻이다.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잡혀 있지 않으면 성적은 점점 떨어진다. 내 아이는 중·고등학교 공부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불안감을 가진 엄마들에게 ‘학습능력검사’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학습능력검사란 자녀가 공부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심리, 습관, 환경 등 다방면에서 점검해보는 것이다.

학습능력검사는 건강검진과 비슷한 개념이다. 공부(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요인(증상)을 미리 진단해 성적이 떨어지는 현상(질병)을 예방하는 데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학습능력검사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에서도 조기진단을 통해 질병을 발견했을 때 치료가 쉬운 것처럼 학습능력검사도 조기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학습능력검사, 과연 어떤 것일까? 한 중학생의 ‘검사→진단→컨설팅’ 전 과정을 따라가 봤다.》

‘공부 종합검진’… 중1 학습능력검사 따라가보니

지성-신체-감정-정신 4개 영역 나눠 문제점 진단
맞춤처방-자녀관리법 제공… 中1∼2 때가 적기

박국환 군(서울 인헌중 1)의 1학기 성적은 중상위권. 암기과목 수가 적은 중간고사 때는 반에서 10등 이내였지만, 예체능까지 더해진 기말고사 때는 10등 밖으로 밀려났다. 주요 과목과 기타과목의 성적 간 편차가 심한 것이다.

박 군은 초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하거나 시험을 앞두고 ‘반짝 공부’를 하는 게 전부였다. 중학생이 된 지금은 수학학원에 다니고 영어과외를 받는다. 혼자서 공부하는 건 아직 익숙지 않다. 박 군과 어머니는 학습능력검사를 받기 위해 교육컨설팅업체인 스터디맵을 찾았다.

스터디맵의 김경미 상담실장은 “중학교 1, 2학년 때가 학습능력검사를 받을 최적기”라고 말했다. 중학생이 되면 처음으로 등수가 매겨진 성적표를 받아보는데 이 때 스스로 공부해야겠다고 느끼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군에게 검사지가 주어졌다. 질문은 모두 131개. 문항에 따라 5점 척도, 10점 척도로 답을 표시하거나 ‘YES’ 혹은 ‘NO’를 선택하면 된다. 제한시간은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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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끝났다. 김 실장이 두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가져왔다. 보고서에는 박 군의 학습능력이 △신체 △감정 △지성 △정신의 4개 영역으로 나누어져 그래프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었다(그래픽 참조).

김 실장은 “학습에 관련 있는 것이 지성 영역뿐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건강이 나쁘거나 사춘기를 겪고 있거나 가족 문제가 있는 등 신체, 감정, 정신영역의 문제가 있으면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군은 신체영역 점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일수록, 수도권 학생일수록 신체영역 점수가 낮게 나타나는데 박 군은 두 경우 모두에 해당했다. 신체영역을 측정할 때는 학생의 호흡(습관), 물(섭취), 식사(습관), 햇빛(노출), 수면(습관), 운동(정도), (집중력)방해요소 등을 따진다. 박 군은 이 가운데 호흡, 물, 식사, 운동에서 또래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따라 박 군은 긴장을 이완하고 집중력을 증대시킨다는 복식호흡법을 배웠다. 수업 시작에 맞춰 2, 3회 복식호흡을 하면 수업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녁식사가 불규칙한 것도 문제. 엄마가 직장에서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저녁식사를 하거나 치킨 등 야식을 시켜먹어서다. 잠들기 최소한 서너 시간 전에 저녁식사를 마쳐야 숙면을 취할 수 있고, 숙면을 해야 집중력이 높아진다. 운동도 부족했다. 집, 학교, 학원만을 오가는 요즘 학생들 대부분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식사 중에만 물을 한 컵씩 마시는 것도 고쳐야 할 생활습관으로 지적 받았다.

감정영역은 학생의 안정성, 흥분성, 스트레스, 가족관계, 교내관계, 사회성 등을 본다. 박 군은 특히 가족관계, 교내관계가 또래보다 높게 나타났다. 아직 사춘기를 겪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사회성은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내성적이고 숫기 없는 성격 때문이므로 큰 문제는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성영역은 중간 정도로 나타났다. 학습설계, 주의집중력, 예습, 이해 및 개념, 노트필기, 복습, 기억력, 시험전략을 살피는 지성영역에서 박 군이 나타낸 점수는 박 군의 성적과 거의 일치했다. 박 군은 또래에 비해 예습, 복습, 이해 및 개념 지수가 낮았다. 김 실장은 예습, 복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해 및 개념 지수가 낮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다음날 수업시간에 배울 단원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모르는 부분은 수업시간에 질문하기 위해 따로 기록해두는 ‘예습’과 수업이 끝나면 배운 내용을 바로 훑어보고 그날 배운 내용을 그날 다시 읽는 ‘복습’이 박 군에게 과제로 주어졌다.

정신영역도 중간 수준이었다. 목표의식, 동기부여, 자신감, 의지, 신념 등 항목에서 박 군은 또래와 비슷했지만 자존감과 꿈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박 군은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이 지금은 사라졌느냐’고 묻는 문항에 ‘YES’라고 답했다. 김 실장은 “중학생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중1 때 처음으로 등수가 매겨진 성적표를 보고 나면 자존감이 낮아져 꿈을 잃어버리는 학생이 적지 않다는 것. 자녀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너는 왜 정신력이 약하니?”라고 다그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고, 왜 포기했는지 물어본 뒤 “아직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격려해 줘야 한다.

검사결과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 김 실장은 박 군에게 ‘습관 달력’이라고 하는 것을 건넸다. 복식호흡하기, 물 마시기, 운동하기, 예습·복습하기 등 새로 만든 생활과 공부의 규칙들을 매일 실천했는지 체크하는 달력이었다. 달력을 받아든 박 군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김 실장은 1∼2주 후 책 한 권으로 만들어진 상세한 분석보고서가 박 군의 집으로 발송된다고 했다. 130페이지 분량인 이 보고서에는 영역별 자녀 관리법과 컨설턴트가 직접 쓴 조언이 담긴다고 했다. 이때 더 자세한 상담을 받고자 하는 부모는 ‘대면컨설팅’을 추가로 신청하기도 한다.

최근 학습능력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통해 검사를 진행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면 스터디맵, 티엠디교육그룹, 하이멘토, 한국가이던스 등 여러 학습지도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살펴보면서 내 아이를 위해 가장 적합한 검사가 어떤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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