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량 식품, 탄산음료, 지저분한 시설…. 그동안 ‘학교 매점’ 하면 떠올랐던 것들이다. 안전한 먹을거리와 안락한 시설을 갖춘 학교 매점은 왜 없는 것일까. 앞으로는 이런 의문을 조금은 풀 수 있게 됐다. 열량이 낮고, 영양가 높은 식품과 신선한 과일뿐만 아니라 아침밥까지 챙겨주는 ‘건강매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 학교 매점에서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2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매점 앞에는 장막이 설치됐다. 서울시, 중구, 이화여고가 7000여만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끝낸 건강매점 1호점이 첫선을 보이게 된 것. 이날 중간고사를 치르고 일찍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저건 뭐지” 하는 표정으로 장막이 걷히기만을 기다렸다.
오전 11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강순자 이화여고 교장, 이화여고 학생대표 등이 개점 버튼을 눌렀다. 장막이 걷히며 건강매점의 모습이 공개됐다. ‘쉬는 시간’이란 간판이 걸리고, 원목으로 덮인 인테리어에서 고급 카페 못지않은 분위기가 흘렀다. 내부 벽면에 설치된 TV에서는 건강 관련 정보를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과일, 주스, 요구르트, 우유 등의 음료가 가득 찬 냉장고에서는 탄산음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조희진 영양사가 반갑게 학생들을 맞았다. 오렌지색 의자와 하얀색 탁자를 발견한 학생들은 “와, 우리 학교 매점 맞아?”라고 소리쳤다. 꼼꼼히 살펴보던 2학년 김해리 양(17)은 “삭막하고 칙칙했던 매점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믿기지가 않는데요”라고 말했다. 조 영양사는 “시설도 시설이지만 과자 하나라도 안전한 식품인지 살펴보고 줄 거야”라고 웃으며 답했다. 매점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보던 학생들이 다시 물었다. “이건 얼마예요?” 방울토마토, 사과, 바나나 등이 함께 포장된 과일상자였다. “500원이나 10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을 거야.” 조 영양사의 말에 학생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침밥을 늘 든든히 먹고 다닌다는 2학년 문엄지 양(17)은 “아침을 깜박하고 학교에 와도 앞으로는 든든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아침밥도 건강매점에서
시는 이화여고, 세화고, 서울대사범대부설중 등 서울시내 학교 10곳에서 건강매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나머지 9곳은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는 이달 말부터 운영한다. 건강매점에서 팔게 될 과일이나 농산물은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직접 싼값에 공급한다. 시는 내년까지 건강매점을 100곳으로 늘린 다음 2012년까지 전체 중고교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은 “기존의 학교 매점과 급식만으로는 비만이나 영양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건강매점을 통해 이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매점에서는 ‘굿모닝 아침밥 클럽’도 운영된다. 시는 이날 켈로그코리아, 대상FNF, 샤니, 서울우유협동조합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아침밥 재료를 공급받기로 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서 아침밥을 먹지 못하는 학생이나 급식비 보조를 받는 학생들이 우선 대상이다. 학교마다 50명씩 1교시 30분 전부터 곡류, 우유, 과일, 주스 등으로 구성된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조 정책관은 “전문가로 구성된 건강매점지원단을 구축해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춰 건강매점을 정착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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