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게임 중독과 전면전”…매학기 학사경고자 40∼50명

  • 입력 2009년 9월 28일 03시 04분


KAIST에서 3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올 8월 군에 입대한 A 군(18)은 2학년 1학기 때 게임 때문에 학사경고를 받았다. 하루 6∼7시간씩 게임에 빠져 살았다. 한밤중 기숙사나 동아리 방에서 게임을 하다 보면 오전 5시가 훌쩍 지났다. 피곤한 나머지 잠시 눈을 붙이다 오전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다. 악순환은 계속됐다. 무기력해진 데다 수업을 빼먹어 성적이 떨어지니 더 게임에 매달리게 됐다. 그래야 성적 부진의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학은 수업이 없어 오히려 아무 거리낌 없이 게임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학교 상담센터에서 상담한 끝에 ‘게임 중독’ 탈출을 위해 군 입대를 선택했다.

상담센터 관계자는 “과학고를 거쳐 KAIST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고교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부모의 제재를 받지 않아 자칫 게임 중독에 빠져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런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상담에 응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KAIST가 게임 중독 폐해 차단에 나섰다. 이 대학은 최근 내부 게시판에 ‘다음 달 1일부터 오전 2∼7시 시간대에 특정 게임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지문을 올렸다고 27일 밝혔다. KAIST에 따르면 게임 중독으로 매학기 학사경고를 받는 학생이 40∼50명 생긴다. 학사경고를 3차례 받아 제적된 뒤 군 복무를 마치고 학교에 재입학을 신청한 학생들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게임 중독 경력자로 분류되고 있다.

백경욱 학생처장은 “학생 설문조사에서 하루 6시간 이상 인터넷 게임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며 “이런 학생들은 스스로 게임의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고, 국민 혈세로 만든 학교 인터넷 시설이 교육과 연구 목적이 아닌 개인 오락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AIST 학부 총학생회는 “다른 대안을 찾아보지 않은 채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접속 차단을 공지한 것은 학생들의 자율권을 심각히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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