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속업체 D사 사장 전모 씨는 D사가 2005년 5월 ‘호화유람선용 불연 패널 국산화 사업’ 주관업체로 선정돼 4억7000만 원을 받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정부와 국책연구원으로부터 8억 원을 지원받았다. 전 씨는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억4600만 원을 빼돌려 고급 승용차 구입, 신용카드 대금, 주식 투자, 직원 급여 지급 등에 썼다.
#2. 양곡 도소매업자 안모 씨는 육군 모부대 소속 강모 원사와 짜고 2005∼2008년 군 장병 급식용 쌀 3550가마, 2억7000만 원어치를 빼돌렸다. 이들은 지정된 날짜에 여러 부대에 군량미를 납품한다며 농협창고에서 쌀을 빼낸 뒤 몇몇 부대에 사정상 납품하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를 시중에 내다팔았다. 강 원사는 지난해 숨져 처벌을 받지 않았다.
국가 예산과 각종 보조금, 기금 등을 부정한 방법으로 타낸 이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지난해 3월부터 ‘나랏돈’을 빼돌린 사례 164건을 적발해 150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696명을 형사처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이 밝혀낸 국고횡령, 보조금 부당수령 등으로 사라진 돈은 모두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나랏돈 횡령 유형은 국가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 감독이 허술한 각종 보조금·출연금 빼돌리기였다. 대구지역 섬유업체 대표 정모 씨는 2004∼2005년 한국산업기술평가원으로부터 기술개발 보조금 명목으로 받은 2억9000만 원 중 2억 원을 도박자금, 유흥비 등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가 기소됐다.
경북 울진군의 수산업자 이모 씨 등은 2005∼2006년 전체 공사비 중 20%를 자신들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냉동창고를 짓겠다며 군청 등으로부터 모두 3억20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공사비용은 2억9000여만 원이었고, 이들은 업체로부터 건축대금 지급액수를 부풀린 허위 계약서와 세금영수증을 받아 이를 군청에 냈다가 적발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월 차명으로 문화재 수리업체를 직영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이미 끝난 공사를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미는 수법으로 국고보조금 24억 원을 빼돌린 화엄사 전 주지 김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장애인수당 등 사회복지기금을 빼돌린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강원 속초시의 어린이집 원장 김모 씨는 부인이 운영하는 영어학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처럼 꾸며 보육료 지원금을 타내는 등 각종 정부보조금 4800만 원을 부정한 방법으로 타냈다가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이 밖에 상수도 시설 공사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자신이 관리하던 공금 6200만 원을 빼돌린 뒤 이를 아파트 잔금을 치르는 데 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국가예산을 빼돌린 사례도 10건에 이르렀다.
검찰은 국가예산과 보조금 등을 빼돌리는 범죄가 국고를 축낸다는 점에서 조세포탈만큼 무거운 범죄인데도 상대적으로 법정 형량이 낮은 점 등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이들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관련자 전원을 엄벌하는 한편 범죄수익도 철저히 환수할 방침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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