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22개 한강 다리에서 강으로 몸을 던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2007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조사한 결과 한강 투신은 모두 1033건이 발생했다. 연평균 4.4%씩 늘어난 것으로 하루 평균 1.05건에 이른다. 특히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마포대교에서는 이 기간 한강 교량 중 가장 많은 127건의 투신이 발생했다. 소방본부는 전체 투신사고 중 467명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22명은 숨졌고 중상을 입은 사람도 74명이나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소방본부는 한강 투신을 막기 위해 130억 원을 들여 내년까지 대응체계를 갖추겠다고 28일 밝혔다.
○ 철저한 예방 시스템으로 투신 차단
소방본부가 추진하는 투신 예방 조치의 핵심은 한강 교량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것. 마포대교를 비롯해 한강대교, 원효대교, 성산대교, 양화대교, 영동대교 등 투신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8개 다리에 2대씩 우선적으로 설치한다. 적외선 감지시스템이 부착돼 야간에도 이상 행동을 감지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화면을 지켜보는 안전요원들이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이를 제지하고 설득하는 방송도 할 수 있다. 8개 교량에는 CCTV 외에도 자살 의도자가 이용하는 상담용 긴급전화도 2대씩 설치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투신을 알리려는 심리가 있다는 점을 이용해 상담원과 직통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난간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강대교, 마포대교, 광진교에는 교량 중간에 2m 높이의 투신방지용 투명 벽을 설치해 다리 위로 올라가 투신하려는 시도를 막기로 했다.
기존 영등포와 광진 등 2개 지구 구조대 중간 지점인 반포대교 남단에 구조대를 신설한다. 소방관서는 물론 경찰, 자살예방센터, 한강교량초소 등 4개 관련 기관이 유사시에는 한 건의 신고로도 동시에 출동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추진된다.
○ 신속한 구조와 지원 시스템 구축
상설 구조대가 3개로 늘어나면 구조대 간 거리가 7km로 줄어든다. 이 정도 거리라면 내년에 추가로 도입되는 고속구조정(최고 시속 100km)으로 4분 내에 닿을 수 있다. 한 구조대가 주로 다른 구조대 중간지점까지 활동하는 만큼 투신사고가 발생하면 3개 상설 구조대 인근 지점으로는 2분 안팎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동, 마포, 행주대교에는 투신이 발생하면 누구나 꺼내 구조에 쓸 수 있는 밧줄, 비상약품, 심장박동촉진기 등 개인인명 구조장비가 설치된다. 비상전화도 함께 마련돼 관할 수난구조대에 긴급한 내용을 신고할 수 있고 구조정과도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
투신 후 구조된 사람이 다시 한강 교량에 올라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단법인 ‘사랑의 전화’와 연계해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계획도 추진된다. 투신 이후 유가족을 위한 상담과 지원책도 마련된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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