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묘문화가 매장에서 화장 중심으로 바뀌면서 자연친화형 또는 테마형 장지(葬地)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28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 5월 20일 경기 양평군 양동면 계정리에 문을 연 ‘하늘숲 추모원’에는 지금까지 630건의 수목장 사용 계약이 이뤄져 유골 446위가 안치됐다. 하늘숲 추모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유림에 조성된 수목장이다. 문을 연 지 4개월밖에 안 됐지만 한 달 평균 150건 이상의 신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추모원 관계자는 “나무 1그루당 최대 10위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다”며 “개장 초기에는 기존 묘를 이장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장례를 수목장으로 치르는 유족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연장의 한 형태인 잔디장도 등장했다. 2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 수원연화장 안에 개장한 6300m²(약 1900평) 규모의 정원형 잔디장에는 유골 2만 위를 안치할 수 있다. 가로세로 각 30cm 크기의 잔디밭 아래 깊이 50cm에 화장한 유골을 흙과 섞어 안장하는 방식이다. 별도 표지석을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겉모습만 봐서는 평범한 잔디공원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잔디장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대신 곳곳에 설치된 징검다리 같은 디딤돌을 밟고 이용할 수 있다.
테마형 공원묘지도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자리한 ‘분당메모리얼파크’는 평범한 공원묘지에서 지난해 9월 조각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이곳의 포리스트 헤븐(Forest Heaven) 묘역에는 형형색색의 묘비 수백 개가 서 있다. 유족들은 묘비 크기와 형태, 색깔은 물론 문구까지 자유롭게 선택한다. 묘비마다 ‘여기도 참 좋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등 각기 사연이 담긴 문구가 조각돼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 양주시에 펜션과 캠핑장을 갖춘 추모공원이 등장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테마형 장지들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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