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경기는 과연 풀렸나. 최근 거시경제 지표들이 속속 청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사람들은 실제로 지갑을 열고 있을까. 동아일보 산업부는 국내 소비경기를 점검하기 위해 지난해 1월∼올해 8월 즉석밥, 남성 정장, 옅은 색 립스틱 매출 추이를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제품 중 비교적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을 추린 것이다.
실제로 세 품목의 매출은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동행종합지수,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 코스피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들 ‘한국형 실생활 소비지표’에 따르면 국내 소비경기는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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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반 지표’를 아시나요
국내 즉석밥 시장을 형성하는 CJ제일제당(햇반), 오뚜기(오뚜기밥), 동원F&B(쎈쿡), 농심(햅쌀밥)의 즉석밥 월별 매출(AC닐슨 기준)은 월평균 주가지수가 1,537.55였던 지난해 8월 80억1400만 원까지 올랐다가 내림세로 돌아서 올 2월 56억1500만 원(월평균 코스피 1,139.75)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올 7월 78억6500만 원, 8월 82억100만 원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전년 최고치였던 지난해 8월 매출을 훌쩍 넘었다. 월평균 코스피도 올 7월 1,460.03에서 8월 1,577.90으로 올라 즉석밥 매출과 상관관계를 드러냈다. 올 7월은 동행종합지수가 1978년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보이고 소비자심리지수도 2002년 3분기(7∼9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는데 즉석밥 매출(78억6500만 원)도 전달(62억1100만 원) 대비 26.6%나 늘었다. 즉석밥은 통상 여름이 겨울보다 매출이 높긴 하지만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증가율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국내 즉석밥 시장에서 CJ 햇반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가까이 되기 때문에 ‘햇반 지표’라고 부를 수도 있다.
김경원 CJ경영연구소장은 “소비자들은 경기가 좋아져 바빠지면 값은 비싸더라도 편리한 즉석밥을 자주 사 먹고 경기가 나쁘면 수고스럽더라도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경향이 있다”며 “햇반 지표를 볼 때 최근 경기 및 내수는 저점을 통과해 상승기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국형 생활지표로 보는 소비경기
남성 정장과 옅은 색 여성 립스틱도 소비경기를 엿볼 수 있는 생활지표다. 한국에선 불황 때 남성들이 새 정장을 안 사고 여성들은 눈화장을 생략한 채 짙은 색의 립스틱만 바르는 경향이 있다. 손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호황 때 여성들이 옅은 립스틱을 바르는 건 미국과 한국의 공통된 소비경기 지표”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남성 정장의 월별 매출 신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7월 ―17.7%, 10월 ―20.9%까지 내려갔다가 지난달에는 16%로 올랐다. LG생활건강의 여성 립스틱 중에서 누드계열(옅은 색) 립스틱 매출 비중은 지난해 4월 5%에서 올 8월 41%로 껑충 뛰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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